덴마크의 만성질환 관리법 눈길…"당뇨보다 비만 치료가 더 쉽다”

주한덴마크대사관 랜디 멍크 야콥슨 참사관 "고령화 따라 인프라 한계 명약관화…일차의료 활용한 홈케어 시스템 요구돼”

헬스케어입력 :2022/06/24 13:49

“당뇨보다 비만을 치료하는 게 더 쉽다.”

주한덴마크대사관의 랜디 멍크 야콥슨 참사관의 말이다. 참사관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에서 개최된 한-덴마크 일차보건의료 및 만성질환 세미나에 앞서 기자와 만나 “만성질환은 사후관리보다 예방이 사회적 비용 지출 측면 및 효과성 차원에서 더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올해 초 덴마크는 건강개혁 통해 만성질환 및 비만 관리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 및 만성질환자 증가는 우리나라와 덴마크 모두가 맞닥뜨린 공동의 도전이다. 덴마크는 소아·청소년에 대한 예방적 정책 추진과 함께 일차의료를 십분 활용해 그들이 직면한 만성질환 건강 관리를 도모하고 있었다.

우리 보건당국은 동네병원에서의 만성질환자 관리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으로의 경증 및 만성질환 환자 쏠림 현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랜디 멍크 참사관은 덴마크의 만성질환 관리 제도를 설명하며 우리나라의 동네병원 활성화를 위해 의료진-환자 간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고령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덴마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택치료 활성화 방향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이 아프면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을 찾아야 하는 사정과는 대조적으로 고령자의 존엄을 지키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그들의 기조는 분명 우리 보건당국에 시사 하는 바가 컸다.

주한덴마크대사관의 랜디 멍크 야콥슨 참사관은 “만성질환은 사후관리보다 예방이 사회적 비용 지출 측면 및 효과성 차원에서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양균 기자)

■ 아동·청소년의 비만 관리 위해 게임 개발 등 정책 개발 활발

-덴마크의 비만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비만 분야는 아동·청소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이들이 더 많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거나 다이어트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덴마크는 예방이 사후 관리보다 치료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판단, 소아·청소년의 건강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비만 관리 부분을 좀 더 설명해 달라.

“경제적 및 효과성 측면에서 성인 대상은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비만은 아동과 청소년에 방점이 찍혀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게 하거나 그들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대해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과 만성질환은 밀접히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연령과 상관없이 고혈압, 성인병 등 만성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한국도 질환으로 분류해 관리를 하고 있다. 덴마트 정부 차원의 비만 관리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

“성인의 비만도 문제이지만, 이를 치료하는 것보다 청소년기에 어떻게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가르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비만 때문에 생기는 만성질환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당뇨가 있는데, 당뇨를 치료하는 것보다 비만 치료가 더 효율적이고 쉽다. 덴마크 정부 차원에서 비만 예방 사업을 펴는 것은 ‘비만 환자’라는 것 자체가 사회적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 예방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활용 사례는.

“덴마크는 아이들 스스로 운동의 재미와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을 적용해 교육용 앱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한 식사와 건강의 중요성과 필요 영양소를 가상현실에서 체험하게 하되, 재미를 곁들이기 위한 게임 개발이 한창이다.”

한국과 덴마크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한 일차보건의료 및 만성질환 세미나가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23일 오후 개최됐다. (사진=김양균 기자)

■ “만성질환은 한-덴마크 공동의 위기”


-만성질환 관리 강화는 초고령화 진입에 따른 것인지.

“고령화와 더불어 각종 정부 연구 결과, 만성질환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과거 정신질환이 우선 순위였다면 현재는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라 건강개혁안까지 발표하게 된 것이다.”

-만성질환 및 비만 관리에 있어 소아·청소년은 예방에, 고령층은 관리로 이원화되어 정책이 추진되고 있나.

“이원화는 아니지만, 청소년의 경우, 비만과 흡연, 음주 남용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맞다. 반면, 고령층은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덴마크의 만성질환 관리는 ‘예방’과 ‘관리’ 중에 어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나.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관리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최근 들어 예방에 예산을 많이 투입하고 있다. 만성질환은 예방이 되지 않으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덴마크 내 상당한 만성질환자가 있어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덴마크의 일차의료의 중심축인 주치의(GP) 제도는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적인가.

“주치의는 덴마크 의료체계에서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맡는다. 지역 내 주치의가 환자의 진단과 치료, 대형병원으로 전원 여부에 대한 평가를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의 경우, 우선 진단 및 평가를 하는데 있어 주치의가 역할이 크다. 각 지자체 차원에서 노인 대상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인데, 집에서의 돌봄 질을 높이는 사업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홈케어 진행에 대한 상당한 역할을 지역 주치의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차의료가 활성화되어 있는 덴마크의 사례를 통해 한국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인식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더 좋은 치료를 받으려면 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의식이 많은 것 같다. 반면, 덴마크는 지역단위의 주치의에 대한 신뢰가 높고 그들이 뛰어난 전문가라는 믿음이 사회저변에 퍼져 있다. 만성질환자는 주치의로부터 의학적 도움을 받고 일상 전반에 대한 조언도 얻을 수 있다. 한국 내 동네병원의 전문성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성질환 및 경증 질환의 경우라도 무조건 대형병원에 가야한다는 인식을 깨려면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브랜딩을 구조적으로 실시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만성질환자에 대한 질 높은 홈케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홈케어는 환자 입장에서 더 편하고, 정부로선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든다. 인프라 측면에서 볼 때, 덴마크는 홈케어를 우선순위로 두고 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덴마크의 ‘CPR 시스템’에는  모든 환자 기록이 등록돼 있으며, 해당 정보는 대다수 의료진들이 접근할 수 있다. 의료진들은 해당 환자가 최근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앞으로 어떤 치료 및 처방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홈케어 활성화 및 효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인프라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어르신에 대한 배려다. 그들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존엄을 지키는 것에 대한 배려가 덴마크 사회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또 한국과 덴마크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어도 물리적인 인프라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활용해 홈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질환 관리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적용도 활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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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진료가 활성화됐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했다. 원격상담이 상당수 진행됐으며, 환자와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AI 솔루션을 적용했다.

예를 들면 당뇨 환자가 간단한 앱을 통해 본인의 혈당을 모니터링하게 한다. 고혈압도 마찬가지로 앱을 통해 자가 관리가 가능하면 굳이 의료진과의 대면 진료를 할 필요가 없다. 앱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원격진료 및 상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다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