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이번주에 또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어요. 백 하나 사면 수 십 만원을 버는데, 비 맞는 건 일도 아니죠."
23일 오전 7시50분.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관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100m 정도 길게 줄을 섰다.
오전 10시 30분 샤넬 부띠크가 문을 열기 전에 미리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오프런' 행렬이다. 아예 캠핑용 소형 의자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리를 펴고 누워있는 사람까지 눈에 띄었다.
샤넬이 마련한 입구 안내문에는 '대기 시 취식과 텐트·침낭 등의 캠핑용품은 사용불가'라는 공지가 붙었을 정도다.
줄을 선 고객 중에는 의외로 20~30대 젊은 남성들이 많았다. 평범한 중년 남성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웃돈을 주고 되파려는 리셀 업자나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 비중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날 샤넬 매장 앞에서 만난 한 구매 예정자는 "조만간 샤넬 대표 상품인 '클래식 플랩 백'(미디엄·1180만원)이 10% 오른다는 얘기가 도는데, 이게 맞다면 백 하나에 1300만원을 하는 것"이라며 "국산 경차 한대 값이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자주 올린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에 또 구매에 나서는 게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2019년만 해도 샤넬 클래식 플랩 백 가격은 650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와중에 계속된 가격 인상으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샤테크'(샤넬 재테크)가 여전히 쏠쏠하다는 얘기가 들리는 이유다.
샤넬은 지난해 국내에서 2, 7, 9, 11월 무려 4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올해에도 1월과 3월 이미 두 차례 또 인상을 했다.
이달 7일에는 선제적으로 '코코크러쉬' 등 주얼리와 슈즈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샤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엔 주력 상품인 핸드백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프랑스 샤넬 본사도 유로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7월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원자재·물류 가격이 급등한 점도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샤넬이 너무 심할 정도로 자주 인상한다"는 원성이 높다. 하지만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수요가 끊이지 않자 샤넬 측 인상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같은 명품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렌 효과'가 있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을 마음대로 올린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해외 여행에 여전히 제약이 많아 보복 소비 심리로 사람들이 더 많이 명품을 찾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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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1조2237억원, 영업이익 2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6%, 66.9% 실적이 급증한 샤넬코리아는 올해에도 만만치 않은 실적 성장을 보일 조짐이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