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대한민국 우주 시대 열었다

발사체 기술 신뢰도 확보, 민간 우주 산업 성장 밑거름

과학입력 :2022/06/21 17:23    수정: 2022/06/22 09:45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 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2010년 시작돼 10년 간 1조 9572억원을 투자한 결실을 마침내 맺었다.

민간 우주 개발 사업이 활성화되고, 우주 탐사와 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우주 시장에서 입지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누리호가 21일 발사대를 떠나 이륙하고 있다. (자료=항우연)

■ 우주 기술 독립 첫발

75톤급 중대형 액체엔진 및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은 물론, 1-2단 및 페어링 분리, 성능검증위성 궤도 안착 등 발사체 관련 주요 기술적 과제들을 검증함으로써 발사체 기술 전반에 걸쳐 안정적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였다. 현재 1톤 이상 실용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6곳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위성 개발 및 활용은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위성을 우주로 실어보낼 발사체 기술이 없어 해외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따라 최적의 일정에 따라 위성을 발사하지 못 하거나,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위성 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 애로를 겪었다.

국내 로켓 개발 현황 (자료=항우연)

우리나라는 1990년 과학로켓 개발, 2002년 나로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2년 만에 자체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한 반면, 누리호는 국내 연구진과 기업의 손으로 직접 개발했다는 차이가 있다.

우주 발사체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이나 미국 수출 규제(ITAR) 등에 따라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한 제약을 받고 있어 자체 기술 개발이 필수다. 글로벌 기술 패권 다툼이 심화됨에 따라 우주 기술을 둘러싼 경쟁과 합종연횡도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우주 기술력 확보는 우리의 입지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서도 한미 동맹을 우주 협력의 전 분야에 걸쳐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2025년까지 달에 우주비행사 2명을 보낸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누리호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자료=과기정통부)

또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의 기반을 놓았다.


■차세대 우주 기술 개발 나선다

더 큰 위성이나 우주선을 탑재할 수 있도록 발사체의 추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 위성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하지만 3톤 급 이상 대형 위성이나 우리나라도 개발 중인 달 착륙선을 실어 보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오는 8월 무게 678㎏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싣고 우주로 발사되는 스페이스X의 팔컨9은 고도 2천㎞ 이하 지구저궤도에 올릴 페이로드는 22.8톤까지 실을 수 있다.

올해 8월 발사를 앞둔 다누리가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 중이다 (자료=항우연)

정부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통해 발사체 및 위성 운용 능력을 개선해 가는 한편,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도 나선다.

이번 누리호 2회차 발사를 끝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마무리를 짓는다. 2027년까지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이 이어진다. 이 기간 중 누리호를 4번 이상 반복 발사하고 위성을 10개 이상 투입하면서 기술 신뢰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2026년부터는 하나의 발사체에 5개의 위성을 실어보낼 계획이다.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도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추력을 키워 달 착륙선이나 대형 위성도 실을 수 있게 하고,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도 도전한다. 국가 우주개발 수요에 대응하고,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형 발사체와 차세대 발사체 비교 (자료=과기정통부)

발사체 구조는 지금의 3단에서 2단으로 바뀌고, 1단 엔진은 추력 75톤급 액체엔진 4기에서 100톤급 액체엔진 5기로 변경된다. 10톤 규모의 대형 화물이나 다목적 실용위성을 탑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팔컨9 같이 발사체를 재사용하기 위한 기반 기술도 개발한다. 엔진을 여러 번 껐다 켰다 하는 재점화 기술과 추력 조절 기술이 핵심이다. 이같은 재사용 발사체 기반 기술이 탑재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을 개발한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대형 우주 수송 능력과 우주 탐사 능력을 갖게 된다. 우주 탐사 능력도 확대된다. 2031년까지 계속되는 이 사업에는 누리호 사업과 비슷한 1조 9천 33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 민간 우주 산업 발전 계기

정부는 우주 개발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 우주 산업을 개척하는 '뉴 스페이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는 향후 민간 우주 산업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중대형 액체엔진,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추진체 탱크 제작, 발사대 구축 등의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75톤급 엔진 기술은 지속적 성능 개량과 클러스터링을 통해 향후 대형 및 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군집 위성 운용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수요가 커지고 있는 소형 발사체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연구자금을 지원한다. 2027년까지 278억 5천만원을 투입한다.

누리호 개발 참여 산업체 현황 (자료=항우연)

누리호 개발 과정의 기술과 노하우는 개발에 동참한 300여 개 국내 기업에도 차곡차곡 쌓였다. 총합 체계에서 엔진, 구조체, 부품 개발까지 전 과정에 국내 기업이 참여해 핵심 부품 개발과 제작을 수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츠로넥스텍, 현대중공업 등 30여 개 핵심 기업에서 500여 명의 인력이 동참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누리호 연구개발과 발사를 거듭하며 얻은 기술과 신뢰도는 민간 참여로 위성 발사, 우주 수송 등의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뉴 스페이스'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 위성 기술 경쟁력 높인다

나로호가 발사된 21일 항우연 대전 본원 위성운영동의 모습 (자료=항우연)

누리호는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우주에 띄어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AP위성이 만든 성능검증위성은 우주 공간에서 안정적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발열전지와 지상 교신을 위한 S안테나 등 주요 부품도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이들 부품은 향후 상용화도 추진한다.

성능검증위성의 또 다른 기능은 4개의 큐브 위성을 우주 공간에 사출하는 것이다. 조선대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 국내 4개 대학 연구진이 만든 가로 세로 1m 안팎의 소형 위성이다. 이들 위성은 적외선 탐지, 미세먼지 모니터링 등의 임무를 6개월에서 1년 동안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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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에 실린 성능검증위서에서 사출되는 큐브위성 (자료=항우연)

초소형 위성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가운데, 큐브 위성 개발 및 사출 기술 확보는 향후 위성발사 대행 등 우주 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2031년 달 탐사선 발사 등 우주 수송과 우주 탐사 역량을 심화하는 첫걸음이 되리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