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혹한기에 '성장보다 수익' 챙긴 스타트업 뜬다

"매출 다각화·온오프라인 연계·입점 브랜드 지원으로 매출 창출 주효"

중기/스타트업입력 :2022/06/21 07:28    수정: 2022/06/21 19:45

증시 악화 등으로 인한 벤처캐피털(VC) 업계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미래의 성장성보다 현재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을 찾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장 매출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성을 담보로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이전과 달리, 흑자 구조를 갖춘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손정의 회장 비전펀드2로부터 2조원 규모 투자를 받으며 데카콘 기업으로 떠오른 ‘야놀자’, 지난해 거래액 2조원을 돌파한 ‘무신사’, 최근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1천억원을 인정받은 ‘오아시스마켓’은 모두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이미지(출처=픽사베이)

■ 야놀자, 2년 전 흑자전환 성공…”플랫폼·클라우드로 매출 다각화 주효”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야놀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2% 증가한 536억원을 기록했다.

야놀자는 2019년 매출 2천473억원, 2020년 2천888억원을 기록,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9.8% 성장한 3천748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2019년 -135억원, 2020년 109억원, 지난해 536억원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야놀자의 꾸준한 성장 비결은 플랫폼과 클라우드 등으로 다각화된 매출 전략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야놀자의 매출은 예약 수수료, 광고 판매를 포함한 플랫폼 부문에서 68.65%, 소프트웨어 등 클라우드 부문에서 8.55%, 시공사업, MRO(유지 보수) 사업 등 기타 부문 22.8%로 구성돼있다.

회사는 ‘여가 슈퍼앱’으로 도약하기 위해 관렵 기업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하면서도, 매출 창구를 플랫폼에만 제한하지 않기 위해 클라우드 관련 투자도 지속 중이다.

야놀자

일례로 야놀자는 글로벌 여행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지분 70%를 인수한 인터파크와 여행 플랫폼 트리플을 오는 8월 합병한다. 이와 함께 회사는 2019년부터 국내 호텔자산관리시스템(PMS) 업체 가람정보통신과 씨리얼, 이지테크노시스 등을 인수해왔고, 올해 들어서는 골프장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업체 ‘이츠원’, 티켓팅 솔루션 기업 ‘스마틱스’에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의 슈퍼앱 전략 강화와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의 글로벌 확대 등 발 빠른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전략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오아시스마켓, 물류 시스템 효율화·온오프라인 연계로 흑자 유지

(사진=오아시스마켓)

쿠팡, 마켓컬리 등 대규모 적자를 보이는 커머스 기업 가운데, 2011년 설립 이후 흑자 경영을 지속하며 ‘알짜 기업’으로 주목받는 오아시스마켓은 물류시스템 효율화와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한 시너지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아시스마켓 매출은 2019년 1천423억원, 2020년 2천386억원, 지난해 3천570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 지난해 57억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마켓은 모회사 지어소프트 지원으로 개발한 ‘오아시스루트’라는 물류 IT시스템을 활용해 집품, 포장부터 배송, 보관, 상품 진열 등 물류 관련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제어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일평균 2만5천 건 주문을 소화한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달 기준 총 60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연계해 매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매장이 온라인몰의 쇼룸 역할을 하기도 하며, 온라인에서 판매가 덜 되는 제품은 매장으로 보내져 판매되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물류시스템 ‘루트’를 통해 물류 효율화를 이루고, 온·오프라인 시너지로 재고 폐기율을 1% 미만으로 최소화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새벽배송 시장에서 흑자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무신사, 입점 브랜드와 함께 ‘동반 성장’…거래액 2조3천억원 돌파

무신사DF

또 다른 흑자 경영 기업으로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있다.

무신사의 매출은 2019년 2천197억원, 2020년 3천319억원, 지난해 4천667억원으로 지속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도 2019년 493억원, 2020년 455억원, 지난해 541억원으로 흑자를 유지 중이다. 특히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90% 증가한 2조3천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를 통해 MZ세대 이용자를 확충한 무신사는 신규 회원 증가와 함께 주요 입점 브랜드 성장을 성장 비결로 꼽았다.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는 현재 6천500개 이상이며, 지난해 말 기준 무신사 스토어 회원 수는 1천만 명을 넘겼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무신사의 주요 수익은 의류 판매로 인한 수익과 수수료 수익이었다. 지난해 매출 총 4천667억원 중 상품·제품·수수료 매출이 임대 수익 등 기타 매출 118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차지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가 잘 됐기 때문에 회사도 시너지가 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인지도가 낮던 중소형 규모 브랜드들이 무신사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과 거래액이 확대되며 선순환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 벤처 업계 "내실 있는 스타트업 찾아 '옥석 가리기' 시작"

벤처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한,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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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스타트업 업계에서 성공 방정식은 '스케일업'이었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않았더라도, 최소기능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반응이 온다면 VC들을 만나고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그 이후 인력을 더 뽑아 제품을 강화해나가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지금은 금융 시장이 하락장에 접어들고 인건비 버블도 많이 드러난 상태”라며 ”기존에 조성한 펀딩이 있기 때문에 투자는 계속될 것이지만, 이전보다 내실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가 단행될 것이다.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