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세계에서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위제 TSMC 연구개발(R&D) 수석부사장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기술 심포지엄에서 “2024년 하이 NA EUV를 들여온다”고 말했다.
하이 NA EUV는 최첨단 EUV 노광 장비다. 미국 인텔이 올해 초 ASML의 양대 고객 TSMC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이 장비를 사기로 계약했다. 당시 인텔은 2025년 하이 NA EUV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며 세계 첫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TSMC가 인텔보다 한 해 먼저 최첨단 EUV 노광 장비를 적용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빈 장 TSMC 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은 “2024년까지는 하이 NA EUV로 양산할 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협력사와 연구하는 데 먼저 쓰겠다”고 말했다. 미 부사장은 “더 작고 빠른 칩을 만들겠다”면서도 언제부터 하이 NA EUV로 반도체를 생산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캐나다 기술연구회사 테크인사이트의 댄 허치슨 연구원은 “하이 NA EUV는 반도체 기술을 이끄는 혁신”이라며 “TSMC가 2024년에 가장 앞선 기술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을의 입장이지만 갑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반도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극자외선으로 회로를 새기는 EUV 노광 장비를 1년에 45대 안팎으로 한정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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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TSMC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SML 장비 사려고 줄 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EUV 노광 장비 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TSMC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2나노 공정 기술을 이날 심포지엄에서 소개했다. TSMC가 15년 동안 개발한 종이처럼 얇은 ‘나노 시트(Nano Sheet)’ 트랜지스터 기술을 2나노 공정에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작동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