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시스템반도체 1위" 선언한 삼성…M&A 어떻게 되나

[반도체가 미래다-1부] ⑤이재용 부회장 유럽 출장 귀국길 주목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6/16 09:02    수정: 2022/06/22 09:56

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뉴스1)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등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이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M&A로 급성장 추진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나 네덜란드 NXP반도체, 영국 Arm 등이 M&A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2016년 11월 미국 전자 장비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한 지 6년 돼간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뒤 ‘M&A가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혼자 걸어가기보다 M&A로 가는 게 빠르다면 이를 택할 것”이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18일 유럽 출장길에서 돌아오면 M&A 소식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원활하게 수급할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을의 입장이지만 갑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EUV 노광 장비를 1년에 45대 안팎으로 한정 생산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도 장비 사려고 줄 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15일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도 방문해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살펴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유럽 차량용 반도체 회사 유력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를 만드는 인피니언이나 NXP 등이 후보로 꼽힌다. 이들 회사는 이 부회장이 출장 중인 유럽에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차량용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를 선보였다. 곧바로 독일 자동차 아우디에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했다. 2019년에도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V9’를 납품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그래픽 D램 등을 해외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한다.

M&A 매물로 다시 나온 Arm도 유력한 M&A 대상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다. 스마트폰 두뇌로 여겨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가졌다. 얼마 전 이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CEO가 회동한 뒤로 이들이 손잡고 Arm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퀄컴과 SK하이닉스도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 엔비디아는 400억 달러에 Arm을 인수하려다 각국 반대에 부딪혀 올해 초 좌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해 1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극자외선(EUV)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뉴시스

공급망·반독점 심사 변수

공급망 경쟁이 삼성전자 M&A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반도체가 부족하자 자국 우선주의가 심해졌다. 반도체는 독점을 막는 중요 산업이다. 어느 기업이 시장을 다 가질 수 없게끔 M&A를 추진하는 반도체 회사는 이해관계 있는 나라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관련기사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인피니언이나 NXP를 다른 나라 회사에 매각하라고 허락할 리 없다”며 “지금처럼 반도체가 부족한 마당에 이런 회사를 팔면 유럽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도체 회사 몸값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인텔 낸드플래시·대용량저장장치(SSD)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2020년 10월 인수 계약을 맺고 1년이 넘어서야 8개 나라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거쳐 모두 허가받았다.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한국·미국·대만·유럽연합(EU)·영국·브라질에 중국이 마지막으로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