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기만 하면 주가가 흘러내리는 이유

[이균성의 溫技] 앎이 愚癡가 되는 까닭

데스크 칼럼입력 :2022/06/15 09:27    수정: 2022/06/15 14:57

불교에서는 인간을 번뇌에 빠뜨리는 3가지를 삼독(三毒)이라 이르며 경계하고 있다. 이른바 탐진치(貪瞋癡)다. 탐은 탐욕(貪慾)을 말하는 것이고, 진은 진에(瞋恚)를 의미하며, 치는 우치(愚癡)를 가리킨다. 탐욕과 성냄(瞋)이 인간의 평정심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 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자명하다. 그것은 철학의 문제라기보다는 어쩌면 실천적인 구도의 문제에 더 가깝다.

우치는 탐욕이나 성냄과 달리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치는 한마디로 자연과 세상의 이치에 어두운 것이다. 눈이 어두워 모르기 때문에 순리에 어긋나게 되는 마음과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인간으로서 의당 알아야 하는 바를 모르는 것. 그게 우치다. 그러므로 우치는 아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는 게 앎이다. 문제는 앎이라는 게 반드시 우치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3개월 간 삼성전자 주가 (사진=네이버 금융 갈무리)

식자우환(識字憂患)은 앎이 우치를 해결하는데 도리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는 말이다. 모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번뇌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데 알기 때문에 말썽이 생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앎은 그러므로 우치를 해결하는 약(藥)이기도 하고 우치를 악화시키는 독(毒)이기도 한 셈이다. 알기는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알아야하나. 그것 또한 번뇌의 갈림길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급작스러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경기가 침체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풍선처럼 부풀려졌던 자산 가격이 요동치며 급락하고 있다. 자산 투자에 나섰던 많은 사람이 번뇌까지는 아니더라도 괴로워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탐욕?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치가 더 문제다. 앎이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동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차이가 앎에서 비롯된다. 앎이 우치가 될 수 있고 지혜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차이가 비슷한 행위를 투자와 투기로 가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치로 작동되는 앎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전체를 모르고 부분만 아는 것, 알 수 없는 걸 알 수 있다고 믿는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이 세 가지 경우가 ‘앎의 우치’를 낳는다.

전체를 모르고 부분만 아는 건 대롱으로 세상을 보는 행위다. 이 앎으로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어가는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잇따라 갱신하는 이유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상황을 끌어가는 건 수백 가지 변수인데 한두 가지만 알고서도 다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황은 아는 것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많고 기대와 다를 경우 사고팔기를 계속하며 투자 원금이 녹아내리게 된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의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의심을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선 믿고 보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상황을 따지지 않는다. 따지지 않으니 아는 것과 모르는 게 뒤섞이게 되고 앎보다는 믿음이 앞선다. 퇴락하는 회사에 투자하고도 언젠간 오를 거란 믿음.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 것 또한 우치의 지름길이다. 주식으로 치면 꼭지와 바닥이 그 알 수 없는 것에 해당된다. 그걸 알 수 없는데 자신은 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적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 투자자의 현실은 비싸게 사서 울며 겨자 먹기로 싸게 판다. 그 행위를 반복할수록 투자원금은 봄눈처럼 녹아내리게 된다.

세 가지 ‘앎의 우치’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분적인 팩트를 전체적인 진실로 믿는다는 점이다. 그건 앎이 아니라 믿음이다. 본인이 믿는 것은 자유지만 상황은 개인의 믿음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객관이다. 그 객관은 또렷하지 않고 너무나 흐릿해서 신기루 같을 때가 많다. 쉽사리 전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알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안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몰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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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빵’의 미래가 번뇌인 이유가 그것들 때문이다. 탐욕이 몰빵을 낳기도 하지만 우치가 그 탐욕을 자극하기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미국 나스닥, 금, 코인으로 끝없이 투자 상품을 옮겨 다니다 한 때 재미도 봤지만 결국 크게 물려 있는 한 지인의 일은 그의 일만은 아니어 보인다. 옮겨 다닐 때마다 그는 전문가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가 아는 것은 상황의 100분의 1이나 되었을까.

매사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