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계 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불이 날 염려가 없다. 아연 가격은 리튬의 16분의 1 수준이다.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합하지만, 음극의 수명과 안정성 해결이 과제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이민아 박사 연구팀이 수계아연전지 상용화의 열쇠인 '고밀도 아연금속 음극'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쉽고 간단한 전해도금 공정만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긴 아연금속 음극을 만들 수 있어 수계아연전지 대량생산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다.
아연금속 음극은 전지를 구동할 때 나노입자가 불규칙하게 성장하고 부식이 일어나 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낮춘다는 문제가 있다. 음극 안 아연금속 입자 밀도는 낮고 표면적은 넓어 전해액과의 부식 반응이 빨라지기 때문에 활성 아연금속과 전해액을 고갈시킨다.
연구팀은 수계아연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 저하를 유발하는 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아연금속 음극의 미세구조를 제어했다. 이를 통해 상온에서 간단하게 합성할 수 있는 '깊은공융용매(DES, Deep eutectic solvent) 용액을 제조했다.
연구진은 DES 내에서 아연과 구리 집전체 사이에 친아연성 구리-아연 합금층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며, 고밀도 아연 입자를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활용해 저비용·친환경 DES용액에서 아연금속을 조밀하고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전해도금 공정을 개발했다.
제조한 아연금속 음극을 수계아연전지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 부식 반응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7000회 이상의 반복적 충방전 이후에도 70% 이상의 용량을 유지했다. 이는 얇은 아연을 활용한 기존 유사 연구들 중 가장 뛰어난 결과이며, 상용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충방전 수명(1000~2000회)을 상회하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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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박사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ESS의 화재 안전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계아연전지의 상용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이번 고밀도 아연음극 제조 기술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DES 용액과 이미 산업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전해도금 공정이 결합돼 수계아연전지 대량 생산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 및 KIST 주요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에너지 & 인바이런먼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