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에 갇혀 쓸개즙을 추출 당하는 등 고문을 당해온 한국의 곰 22마리가 미국의 한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으로 구출됐다. 이들은 풀밭을 뛰놀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주(州) 남동부의 야생동물보호생츄어리(TAWS)는 동물자유연대(KAWA)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흑곰 22마리를 구조했다.
TAWS 설립자이자 이사인 팻 크레이그는 "더 빨리 구조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국가 간 출입국이 어려워져서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한국에 200마리 이상의 흑곰이 갇혀 있는데 모두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24곳의 농가에서 360여 마리의 곰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가 한국 흑곰 구조에 나선 건 한국의 '쓸개즙 추출' 관행 탓이 컸다. 한국의 사육곰들은 1980년대 초 농가의 소득 창출 수단으로 홍보됐고,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웅담, 발바닥, 피 등이 식용으로 거래돼왔다.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곰 수입 전면 금지, 무역 제한 조치 등이 이어졌지만, 사유재산에 속하는 곰들에 대한 쓸개즙 추출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동물보호의 일환으로 2026년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전면 금지하고 생존한 사육 곰을 위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이사는 "곰이 움직일 수 없도록 우리에 넣은 다음 쓸개즙을 모으기 위해 담낭을 통해 스텐트를 넣는다"며 "이 곰들은 움직일 수도 없고, 자연을 느낄 수도 없다. 모든 것이 끔찍하고 고통스럽다"고 설명했다.
곰이 비행기에 타기 전까지 곰에게 먹이를 주고,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KAWA 회원들이 해당 농가에 일정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이그 이사는 "우리는 한국에서 고통받는 모든 곰을 구조하고 싶지만, 돈과 시간이 든다"며 "우리가 빌린 비행기에는 22개의 케이지만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전세기를 빌리고 곰을 구조하는 데 공공 및 민간 기부금 약 20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사용했다.
단체가 구출한 곰들은 한국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크레이그와 단체 직원들은 공항에서 한국 자원봉사자들에게 곰을 인도받고, 콜로라도주 스프링필드에서 약 30마일 떨어진 쉼터로 이동했다.
쉼터에 도착한 곰들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고 사육사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약 6주간 개인 소굴이 있는 임시 계류장에서 지낸 뒤, 지난달 숲이 우거진 서식지로 방사됐다.
한 곰은 쭈뼛쭈뼛 임시계류장에서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고, 다른 곰은 호기심 가득한 발걸음으로 뛰어나와 곳곳의 냄새를 맡으며 새 보금자리 탐색을 시작했다. 방사한 곰들은 모두 자유를 찾아 이내 숲 속으로 떠났다.
쉼터 소속 수의사인 조이스 톰슨은 "곰들은 영양실조를 포함한 다양한 병에 걸린 상태였다"며 "앞발과 뒷발이 없거나, 시각 장애를 갖고 있었고, 고관절이나 관절염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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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대부분의 곰은 지금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며 "이전에 우리를 기어올랐다면, 이제는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다. 곰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