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방사성 폐기물 흡착 성능 280배 높였다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유출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 비용 절감 효과

과학입력 :2022/05/26 12:54

탄소중립의 핵심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발전소 배기가스나 산업체, 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방사성 요오드를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화학소재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방사성 요오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다량의 수분과 함께 극미량으로 배출되지만, 낮은 농도로도 인체에 축적돼 갑상선암 등을 유발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이 상용 탄소계 흡착제보다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280배 높인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통해 방사성 요오드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방사성 가스 배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을 줄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최소화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화학연 연구진이 방사성 요오드 흡착 성능을 높인 다공성 흡착제 기술을 토론하고 있다. (자료-화학연)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방사성 폐기물 한 드럼 당 1천 500만 원의 처분 비용이 든다. 2040년까지 약 39만 드럼이 추가적으로 발생될 전망이다.

세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00억 달러로, 운반 및 처분 비용이 17.3%로 가장 비중이 크다.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처분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자력 산업의 주요 관심사다.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돼 제거 성능이 높은 흡착제가 필요하지만, 1천 분의 1ppm에 해당하는 ppb 수준의 극미량 요오드 화합물 포획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표면적이 넓고 다공성이 좋은 MOF 소재가 최근 독성가스 제거에 많이 쓰이지만, 수분에 약하고 외부에 습기가 많으면 성능이 급감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MOF 화학소재 표면을 특정 화합물로 처리, 기체 방사성 물질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을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포획할 수 있는 화학소재를 개발했다. 

고습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MOF 흡착제에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을 부여해 수분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 방사성 요오드와 상호작용하는 은을 사용해 메틸요오드화합물을 0.01ppb 이하로 포획했다. 

이후 후속 연구에서는 비싼 은을 대신해 활성 물질인 아민류를 이용, 99.999%의 메틸요오드화합물 제거 성능을 약 11일 동안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기존 상용 활성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제거량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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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원장은 "이 기술은 독성 가스로부터 취약한 산업인력의 안전을 도모하고,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는 만큼, 향후 탄소 중립의 핵심 대안인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의 보급망에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연구 성과는 학술지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과 '화학공학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실렸으며, 5건의 특허 등록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 및 방위사업청 산학연 주관 핵심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