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국내 도입한 해외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지원하려면 제조사와 개별 협상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제공 방법 등을 설득해야 하는 여러 협의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 비축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6일 “코로나19 백신은 하반기 공급분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여유분이 비축돼 있다”며 북한에 지원할 백신 물량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다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도입하는 해외 백신을 북한에 제공하려면 제조사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베트남과 태국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10만 회분, 47만 회분을 공여한 바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의 백신 지원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해당 공여 사례와 대북 지원은 다르다”며 “물론 잔여백신의 해외공여 유사 트랙이 존재하지만 (제조사의 협의에 대해서는) 예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례별로 달라 북한 공여를 위한 여러 고려 상황이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현재까지 북한이 공개한 누적 코로나19 ‘발열자’ 수는 172만여 명. 방역당국은 미접종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어 북한 내 확산 피해 규모를 우려하고 있다.
전날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오미크론의 변이가 한 번도 코로나19를 접촉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다수 확산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면서 “북한에서도 콜드체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지에 대한 것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한에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의료기구·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도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마스크·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방역 경험 등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제조사와의 대북 백신 제공 협상이 원활히 이뤄진다고 해도 북한이 우리가 지원할 백신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일부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권영세 통일부장관 명의의 대북통지문을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에게 보내려 했지만, 현재까지도 북한은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으며, 여러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면서도 “아직 북측은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북한 내 콜드체인 등 현지 실정이 어떤 지부터 알아야 하고, 북측이 필요 물품을 요청하면 이를 맞춰가야 하는데 현재로선 북한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간에서도 대북 지원 동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약사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 약업계 3개 단체는 18일 북한에 대한 정부의 의약품 등 지원 계획이 구체화 되는대로 필수 의약품과 보건용 마스크, 손소독제 등을 확보해 북한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