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을 위한 국민소통의 대전환

"참여와 협력 공공소통 혁신 생태계 구축돼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2/05/17 16:23

이태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태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코로나19 이후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가 회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그린 뉴딜의 비전과 구체적인 해법, 측정 모델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탄소 중립 전략과 실행 로드맵에 대한 공공소통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미 소비된 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소비를 궁극적으로 제로로 만들자는 범지구적 정책이자 구호다. 우리나라 제 20대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에서도 국제적인 탄소 중립 목표 기준을 존중하면서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고 이와 동시에 실현 가능한 실행 방안을 강조한 바 있다.

얼마 전 필자는 K-pop 기업들의 ESG 경영을 강조하는 소위 ‘덕질하는 아이돌의 팬클럽’에 대한 기사를 봤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사라지면 케이팝도 존재할 수 없다는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아이돌 팬 클럽들이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보다 실질적이고 진취적인 탄소중립 성과를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엔터테인먼트사의 주요 수입원인 CD 음반이 매립지에서 자연 분해되는 데만 100만년 정도가 걸린다는 문제점을 직시하고, 플랫폼 기반 디지털 앱 등과 같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음악콘텐츠산업과 소비자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민간주도형 기후변화 사회혁신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신정부 인수위원회는 5월 1일 ‘2실 5수석’의 대통령실을 발표하면서 기존 보수정권과는 달리 시민 사회수석의 역할과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다방면의 소통 전문가를 영입하고 대국민 정책공감과 온·오프라인 국민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전략적인 국민소통의 혁신 플랫폼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탄소중립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그렇다면 향후 정부 탄소중립 공공소통 캠페인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OECD 주요 선진국들을 보면, 관이 주도하는 일방향 설득형 정책소통 방식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들은 다양한 혁신의 행위자들, 이해관계자들과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초월해 정책과 사회문제에 대한 집단지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공론과 협업의 공공소통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력 투구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 계층, 세대가 참여하고 데이터·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해 근거에 기반한 숙의적, 창의적 소통 활동을 강조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수동적 참여자가 아니라 공공가치를 함께 생산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아이디어와 경험을 모으고 사회 전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행동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활동은 국가적으로 국민통합과 열린정부, 지역사회 혁신과 정부신뢰를 증진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필자는 작년부터 전 세계의 MZ 세대들이 가장 애용하는 대표적인 숏폼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 을 활용해 탄소중립 챌린지 캠페인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는 MZ 세대 혁신가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기후변화 이슈와 정책대응 방안을 데이터와 증거 기반으로 학습하고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변화 캠페인을 개발하고, 이를 틱톡형 숏폼 콘텐츠로 직접 창조하고 확산시키는 공유가치창출(CSV)사업이다. 이를 통해 참여자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정책과 행동변화 시나리오를 숙의하고 자신들에게 익숙한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통해 캠페인하는 프로슈머가 된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담론을 개인의 입장에서 체감하고 내면화해 정책을 이해하게 됐고, 이로부터 정책에 대한 공감과 정부신뢰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가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생태계 안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국가전략과 정책에 대한 공감과 소통 활동을 통해 캠페인의 만족감과 효능감을 크게 형성할 수 있었다.

새 정부는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하였던 바와 같이 창조적 파괴와 기업가정신을 공공부문의 혁신의 핵심 DNA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활성화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민관 협력,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거버넌스 기반의 국민소통 약속했다. 이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부혁신의 기제이고 원칙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획기적인 성과와 성공을 염원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성공적인 공공 소통의 대전환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비효율적인 관주도 광고나 매체 발굴 사업은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미디어 소비행태에 자연스럽게 부합하고 세련되게 공존할 수 있는 ‘참여와 협력의 공공소통’ 혁신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탄소중립 대국민 캠페인과 소통사업에 대한 초학제적인 방식의 객관적 분석과 성찰적 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탄소중립에 대한 교육을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창의와 혁신의 정책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경험과 통찰을 함께 만들 수 있는 민산학연관의 통합형 캠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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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참여와 소통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 전략, 방법론, 경험 등이 사회적 자본과 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와 지식으로 축적되고 추후 정책화될 수 있도록 쌍방향 대칭적인 공공소통 정책플랫폼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정부가 투입한 다양한 재원의 소통 프로젝트, 참여 캠페인 등의 공공 데이터화 사업이나 지식생태계 구축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탄소 중립 공공 소통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를 위해 지역주민, 대학사회, 연구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이 직접 주도하여 캠페인을 기획, 확산,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K-pop 민간 혁신가들은 창의적인 콘텐츠 생성과 확산에 상상 이상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들이 탄소 중립을 위한 공공가치를 형성하고 사회적 대화와 정책공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덕질하는 한류 스타들과 그들의 팬들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탄소중립의 공공소통 혁신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태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KDI 겸임연구위원과 KDIS 오픈 거버먼트&이노베이션 랩 디렉터를 맡고 있다. 미국 테네시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