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잔다던 방역사령관 정은경 떠난다

2년 5개월간 코로나 방역 진두지휘, 3T전략 밀어붙여

헬스케어입력 :2022/05/17 11:28

온라인이슈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억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이 2년 5개월간의 업무를 끝으로 17일 방역 사령탑 자리에서 내려온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정 청장의 후임으로 백경란 질병청장을 임명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정 청장은 '3T'(진단·검사·치료) 전략을 수립해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7일 0시 기준 40일째 0.13%를 기록했다.

◇메르스로 징계 후 5년 만에 '코로나19 특급소방수'로 부상

정은경 청장은 지난 2015년 질병예방센터장 자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직면했다. 국내에서 처음 겪는 신종 감염병 상태였고, 정 청장은 정직을 권고받아 공직을 떠날 뻔했다. 공직 생활 최대 위기였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1급을 거치지 않고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청장)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의사 출신의 위기관리 대응 전문가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국내 최초로 발생한 2020년 1월 20일은 정은경 청장에게도 잊지 못할 날이다.

당시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으로 알려졌던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이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국민적 공포감이 컸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긴급상황실'(EOC)에서 온종일 지냈다. EOC는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질병관리본청 산하 조직으로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과 실시간 소통하며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지휘본부다. 감염병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 접수부터 필요한 대응조치가 이곳으로 실시간 보고되고 조정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관심은 정 청장에게 쏠렸다. 특히 정 청장이 매 끼니를 도시락이나 이동밥차로 때운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직접 밥차를 이끌고 정 청장과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수면시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1시간 이상 자고 있다"라고 답한 일화가 주목을 받았다. 머리 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짧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1995년 공직 입문…백신 지각·과도한 방역 비판받기도

방역당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20년 9월 12일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질병광리청으로 승격했다. 정 청장도 차관으로 승진했다.

정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위기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20년 2월 17일이다. 그날 국내 첫 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했다. 첫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이후 네 차례 큰 유행을 겪었다. 오미크론 변이로 누적 확진자가 1800만명에 육박했다. 그때마다 질병청은 3T 전략을 토대로 코로나19를 억제했다.

정은경 청장은 코로나19 사령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칭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엄격한 방역을 오랫동안 시행한 탓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컸다. 국내 방역 성과가 자영업자 피와 눈물을 토대로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컸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이 나올 때마다 방역당국은 "노인 등 고위험군 치명률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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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도입 때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지나치게 신중하게 검토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백신 도입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비판은 온전히 정은경 청장에게 돌아갔다. 이후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예방접종을 진행해 이날 0시 기준 전 국민 1차 및 2차 접종률은 87.8%, 86.8%였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