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닮은 듯 다른' 메타버스 전략 비교해보니

네이버는 제페토, 카카오는 카톡 앞세워...공통 분모는 '이용자 중심 콘텐츠'

인터넷입력 :2022/05/17 07:52    수정: 2022/05/17 08:22

“메타버스 투자에 대해 새롭게 계획하고 있진 않다. 기존 인터넷처럼 이용자가 원하는 본질에, 즉 서비스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제페토 품질 개선을 비롯해, 메타버스 기술 내재화와 (네이버) D2SF 등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건 새로운 기술 변화보다 온라인에서 이용자 연결 방식이 바뀌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추구하는 메타버스는 화려한 아바타나 3차원(3D)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카카오톡 내에서 또 다른 자아로 가상 세계에서 소통하는 것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네이버·카카오가 미래 먹거리 핵심 사업으로 낙점한 메타버스를 두고, 최근 두 기업 수장들은 이렇게 말했다. 양사 모두 이용자 기반의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제페토에 회사 메타버스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카카오의 경우 계열사 역량을 기존 카카오톡 서비스에 녹여내는 전략을 내세울 전망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네이버랩스·D2SF 역량 → 제페토(플랫폼)·서비스(카페)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8년 출시한 제페토는 이듬해 이용자 1억명을 웃돌더니, 지난해 2억명을 돌파하며 연신 성장곡선을 그렸다. 이어 올 초 이용자 3억명을 넘어섰다. 해외 이용자 비중은 95%가량. 현재 중국, 일본, 북남미, 유럽에서 월 2천만 명 이상이 제페토에 접속하고 있다.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지난 1월 홍콩 자회사 설립과 함께 헤더라크, 렌지드 등 10개 이상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 국내외 기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메타버스 3D 모델링 서비스 업체 트라이폴리곤과 증강현실(AR) 필터, 메타버스 커뮤니티 개발회사 위에이알에 순서대로 15억원, 1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가 구상한 메타버스는 기술 투자와 콘텐츠 실현의 장이 공존하는 체계다. 메타버스 싱크탱크 격인 네이버랩스에선 자율주행, 로봇, 가상현실(VR)·AR 등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네이버랩스는 현실,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아크버스’도 구축하고 있다. 아크버스는 메타버스 기술 집합소로, 메타버스 세상에서 이용자가 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심점으로 역할을 한다.

최근엔 네이버 스타트업 양성소인 D2SF에서도 메타버스 기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랩스, D2SF 등에서 끌어온 기술력을 실제 플랫폼인 제페토로 구현하는 게 네이버표 메타버스다. 최수연 대표는 메타버스에 대한 성급한 투자보단, 제페토와 기존 커뮤니티인 카페·웹툰·스포츠 중계 등에 회사 기술을 곁들여 이용자 중심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무게를 둔다고 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공동체 역량 응집…카카오톡 오픈채팅 활용한다

카카오는 비교적 늦게 메타버스에 올라탔다. 지난 2월 남궁훈 대표는 회사 지휘봉을 잡기 전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만의 차별화한 메타버스 세계를 그려 나가겠다고 표명했다. 남궁 대표는 별도 메타버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내외부 메타버스 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당시, 카카오브레인·게임즈·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역량을 카카오로 한 데 응집할 것으로 남궁 대표는 역설했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카카오도 네이버와 결을 같이한다. 단, 카카오의 경우 제페토처럼 별도 플랫폼이 없다. 그럼에도 메타버스와 교집합이 뚜렷한 VR·AR 기술을 카카오게임즈에서, 가상세계 속 사용할 수 있는 3D 아바타와 캐릭터 등 지식재산권(IP) 인프라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도 메타버스에서 범용성이 높은 가상인간과 가상 얼굴을 만들어주는 ‘닉페이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기술을 담아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체화할 그릇으로는 카카오톡이 꼽힌다. 최근 카카오는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비(非)지인 영역으로 넓혀가며, 여기에 오픈채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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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대표는 “오픈채팅은 메타버스 비전을 담을 수 있는 유리한 형태”라며 “보다 확장된 공간으로 발전해 문화, 사회, 경제적 활동을 돕는 장이 될 것”이라고 최근 전했다. 이용자 소통에 강조점을 두고,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하며 돈을 버는 세상이 카카오가 그리는 메타버스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기업간거래(B2B)와 C2C(개인간거래)가 결합한 ‘B2C2C’ 구조를 마련하는 게 카카오표 메타버스 조성을 위한 과제라고 남궁 대표는 부연했다. 가령 현재 주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이용자가 원한다면, 유료 참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동시에 경제 활동이 가능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