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투자에 대해, 새롭게 계획하고 있진 않다. 기존 인터넷처럼 이용자들이 원하는 본질에, 즉 서비스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제페토 품질 개선을 비롯해, 메타버스 기술 내재화와 (네이버) D2SF 등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1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타버스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한 질문을 두고 이렇게 말하면서, 서비스 중심의 메타버스 사업 고도화에 방점을 찍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미래 먹거리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메타버스 관련, 외연 확장보다 이용자에 초점을 맞춰 내실을 다지는 데 무게를 두겠단 방향이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네이버제트에서 운영하는 제페토를 필두로, 국내 메타버스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제트는 전 세계 제페토 이용자가 3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8년 8월 출시한 제페토는 이듬해 3월 이용자 1억명을 넘어섰다.
이어 재작년 3월 1억3천명, 지난해 2월 이용자 2억명을 웃돌며 성장곡선을 그렸다. 해외 이용자 비중은 약 95%. 국내 외 중국, 일본과 함께 북남미, 유럽에서 월 2천만명이 제페토에 접속하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이용자 확보 전략이 제페토 성공을 견인했다.
제페토는 얼굴인식과 증강현실(AR),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맞춤 제작한 아바타를 통해 이용자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메타버스 세상이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게임하거나,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현실 속 친목 활동이 ‘제페토 월드’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네이버제트, 잇단 '투자'로 기술력 확보
메타버스가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꼽힌 가운데, 그간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 행보에 업계 관심이 집중돼왔다. 네이버제트는 작년 말 소프트뱅크 등에서 2천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 제페토 몸집을 키우는 데 힘을 줬다. 올 초 홍콩 자회사를 세우고, 게임사 슈퍼캣, 루노소프트와 각각 합작법인 젭, 피노키오를 설립했다.
또 싱가포르 블록체인 개발사 헤더라크(Haderech), 국내 가상인간 개발사 페르소나스페이스에 순서대로 약 11억원, 10억원을 투자했다. 지지난달엔 미국 게임 개발사 브레이브터틀스, 싱가포르 메타버스 서비스 업체인 굿갱랩스에도 투자했다.
이런 기류는 최근까지 지속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AI) 개발업체 머플과 메타스페이스컴퍼니, 숫자쏭컴퍼니, 렌지드 등과 잇따라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달 말엔 프랑스 AI 기반 3D 모션 콘텐츠 제작 플랫폼 키네틱스(KINETIX, S.A.S)에 6억원가량 투하했다.
최수연 대표 "메타버스, 네이버 잘해오던 커뮤니티 방식"
최근 ‘밋업’ 행사에서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가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경쟁력을 갖춘 커뮤니티 서비스가 메타버스 본질”이라고 말하면서 스포츠, 웹툰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메타버스를 접목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전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메타버스 연간 투자 규모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진 않다”며 기존 사업 체제를 견고히 한다고 강조했다.
제페토 외 네이버는 메타버스 싱크탱크인 네이버랩스에서 자율주행, 로봇, 가상·증강현실(VR·AR) 등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네이버랩스에선 현실과 가상 공간을 연결해주는 ‘아크버스’를 구축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아크버스는 네이버 기술을 결집한 공간으로, 메타버스 세상에서 이용자가 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심점으로 역할을 한다.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아크버스와 제페토를 연결 짓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네이버 계열사, 사내독립기업(CIC) 등과 아크버스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메타버스 기술은 융합적인 성격을 지녔다”며 “아크버스 하나의 기술만으로 특별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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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를 전진기지로 삼아 메타버스 콘텐츠 첨병으로 내세우고, 네이버랩스(아크버스)와 네이버제트가 장착한 개발사 역량을 한데 모아, 내부 기술력을 마련하겠단 전략이다. 네이버 스타트업 양성소인 D2SF에서도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기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최수연 대표는 “메타버스는 네이버가 그간 잘해오던 커뮤니티의 새로운 방식”이라며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어떻게 출시하는 게 좋을지, 네이버 앱에 곁들일지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