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플랫폼 정부 성공 요인 3가지

서비스 전달체계 디지털화·니즈 기반 AI 민관협업 플랫폼 구축 등 필요

전문가 칼럼입력 :2022/05/16 06:00

마재용 VTW 상무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모든 정부 부처를 하나로 연결해 신속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 사이트 토털 서비스'를 구현해 국민이 하나의 사이트에 접속해 모든 정보와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고유한 계정을 부여하는 '마이 AI(인공지능) 포털'을 도입해 각 계정에 복지·의료·일자리 관련 정보 등 각종 행정 데이터를 넣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이와 관련한 여러 의견들이 각계 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첫번째는 과거 지난 정부들이 추진해 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정부 3.0’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지며, 무엇을 하고자 하는 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두가지 관점이 모두 옳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과거에 이루지 못한 전자정부의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술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거 필자가 여러 부처에서 다년간 ‘대민 서비스 포털 통합’이나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정보화전략수립(ISP) 컨설팅 사업을 수행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큰 틀의 추진방향 세가지를 제시하자 한다. 

가치 전달 기반 B2G2C 생태계 조성 필요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크게 ▲서비스 전달체계 디지털화 추진 ▲욕구(Needs) 기반 AI 민관협업 플랫폼 구현 ▲가치전달 기반 B2G2C 생태계 조성 등 이 세가지에 역점을 둬야 한다. 

첫째 서비스 전달체계의 디지털화 추진이다. 과거 지난 정부에서도 ‘원 사이트 토털 서비스’를 추진한 바 있고, 소기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보시스템의 프론트-엔드 연계만으로는 소관부처가 다른 백-엔드 시스템과의 유기적 결합을 전제로 하는 원스톱 온라인 신청 구현 등에서 한계점을 보인 바 있다.

마재용 VTW 상무

진정한 '원 사이트' 토털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백-엔드 시스템들이 통합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조직간 칸막이 현상이 주로 지목된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 서비스는 서로 특성이 다른 다수의 전달체계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전달체계 간 분절 현상이 일어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 담당기관은 정확한 서비스 목록을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

 이는 공공서비스가 복잡한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재정정보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청주의가 고도화함에 따라 각종 수혜성 서비스 처리 단계와 기준이 복잡, 속도가 생명인 원스톱 서비스 구현을 어렵게 한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하는 각종 서비스의 자격정보 내지는 메타정보들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자동화가 불가능한 항목들이 다수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표준화한 공공 서비스의 카탈로그와 메타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며, 이는 공공 서비스 전달체계의 디지털화 내지 디지털 전환의 출발점이다.

둘째, 욕구(Needs) 기반 AI 민관 협업 플랫폼 구현이다. 새 정부는 집사처럼 국민 복지혜택을 알아서 챙겨주는 '마이AI포털'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즉,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지난 수년간 전자정부의 주요 어젠다 중 하나였다. 그동안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수급이력이나 자격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복지혜택을 받은 바 없는 다수의 국민의 경우 수급 데이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신청주의하의 복지혜택은 대부분 대상자 발굴과 신청 및 조사 단계를 거치는데, 수급이력이나 자격정보가 활용되는 것은 조사 단계 이후다. 정작 국민 대부분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대상자 발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상담을 기반으로 한 대상자의 욕구(Needs) 정보나, 시스템 기반의 욕구 데이터 수집체계나 분석체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등을 활용해 챗봇 상담 등으로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또한 이러한 욕구 정보와 수집한 개인 기록들을 행정데이터와 융합(Mash-up) 할 수 있는 플랫폼과 빅데이터 및 AI 기술로 이를 분석한 후, 정부 모든 부처와 공유하고 민간에 제공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도 도입돼야 한다.

셋째, 가치전달 기반 B2G2C 생태계 조성이다. 최근 인터넷 기술로 웹3(Web3)가 대두되고 있다. 웹3 기술은 개인정보에 대한 강력한 보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플랫폼 참여자에게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제공한다. 이는 정보전달 중심의 인터넷망으로 하여금 가치전달이 가능한 네트워크로 진화하도록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 생태계는 가치전달과 기여에 따른 보상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웹3의 핵심 사상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개인은 개인기록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정부는 개인 기록에 행정데이터를 매쉬업 하고 AI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을 서비스해야 한다. 또한 민간 기업은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분석 정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를 정부 플랫폼이나 민간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가치전달 기반의 B2G2C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지갑 도입도 필수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마이 AI(인공지능) 포털' 공약은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고유한 계정을 부여하고 각종 행정 데이터를 넣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국민에게 DID(분산신원인증)기반의 전자지갑을 지급하고 전자신분증, 전자증명서, 복지지갑 등 기존의 행정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새로운 욕구 기반의 맞춤형 AI 서비스를 앱 인 앱(App-In-App) 형태로 통합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분야 정보시스템들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강하게 결합(Tightly-Coupled)된 형태로 개발된 현실을 현실을 감안하면 ‘원 사이트 토털 서비스’ 보다 ‘원 앱 토털 서비스’ 구현이 훨씬 효율적이고, 또 모바일이 대세임을 감안하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예상 가능한 유스 케이스(Use Case)

이러한 모든 것들이 구현된다면 다음과 같은 유스 케이스(Use Case)를 그려 볼 수 있다. 예컨대, 40대 임산부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AI 국민지갑의 챗봇 상담을 받는다. 상담 내용을 기반으로 AI 욕구 분석이 실시되고, 출산과 관련한 정부 서비스들이 안내된다. 임산부는 관련 정부 서비스를 신청하고 제공받을 뿐 아니라 본인의 개인 건강기록을 제공하고 디지털 바우처 등 사용처가 적절히 제한된 보상을 받는다.

민간 의료기관이나 통신사는 대가를 지불하고 임산부의 개인건강 기록을 분석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산을 우려하는 임산부는 획득한 디지털 바우처로 민간 의료기관이나 통신사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를 구매한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정부의 재취업 지원 서비스 안내를 받는다.

이러한 유스 케이스가 지향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개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마중물 정부이며 모든 것을 내 손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정부다. 마중물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공약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과 함께 관철되고 달성되기를 바란다.


마재용 상무는...

 LG CNS, 액센추어(Accenture) 등을 거처 브이티더블유(VTW) 플랫폼 서비스 컨설팅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여러 공공기관의 대형 BPR/ISP 프로젝트의 PM을 역임했고, 다수의 대민 서비스 포털 통합과 맞춤형 서비스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