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시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지난 2년 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손소독제와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서 자가진단키트에 이르기까지 몇몇 의료기기들은 생활필수품에 준할 정도로 자리잡게 됐고,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비록 한시적이지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돼 약이 집으로 배달되는 시절도 도래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스타트업 창업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양상이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에는 당장의 투자와 초기 사업모델 안정화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HR 이슈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 스타트업 자문을 하다 보면 ‘그때 챙겼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HR 이슈들을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그래서 이런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첫째, 수습(시용)기간이다. '수습'은 본 채용이 이뤄진 이후 업무 숙련 기간을, ‘시용’은 본채용 이전 단계의 임시적 근로기간을 의미한다. 수습과 시용은 구별되지만 실무에서는 수습을 곧 시용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법원 및 노동위원회는 ‘정당한 사유’ 범위를 제한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용기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법원은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더라도 이는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라고 보면서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업무적격성 등을 고려할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5955 판결 등).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영입한 인재가 회사 방향과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용기간(명칭을 ‘수습’으로 하더라도 근태나 업무적격성 등을 고려해 기간 중 또는 기간종료 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면 효력은 동일하다)을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용기간에 법적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나 근로기준법에서 3개월 미만 근로자에 대해서는 해고 예고 의무를 면제하고 있어(제26조) 실무에서는 시용기간을 3개월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시용기간 중이건 시용기간이 만료됐건 해고는 원칙적으로 해고다. 그러므로 어떤 점에서 업무능력 내지 적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는 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근거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두번째, 근로시간과 급여체계다. 근로기준법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의 여러 유형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다. 유연근로제 유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일정관리 및 지시감독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효력이 인정되거나, 혹은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초과근로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부담을 덜기 위해 월급에 초과근로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포괄임금제는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경비원 등)에서 사업주 및 사업장 상황상 구체적 타당성이 인정돼야 비로소 유효하므로, 일반적인 사무직에게는 원칙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즉,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미 월급에 초과근로수당을 포함해 지급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 월급을 기준으로 수당을 다시 산정해 지급해야 하는, 어찌 보면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초과근로 부분에 대해 별도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눠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엄밀한 의미에서의 포괄임금제와는 구별돼 유효하고(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연장근로수당이 매월 고정급으로 지급되더라도 그 지급 경위나 배경 등을 고려해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24739 판결). 따라서, (1)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설정하고, (2) 초과근로시간 및 그에 상응하는 가산수당액을 특정하여 기재한 후, (3) 매월 지급되는 급여에 (1)과 (2)를 모두 합산해 선지급한다면 적어도 현행법제에서 법위반이라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셋째, 전직 및 경업금지에 관한 내용이다.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핵심기술을 다룬 임직원에 대해 전직 또는 경업을 금지하는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러한 전직 및 경업금지 약정은 비밀유지서약서와 함께 영업비밀보호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다만 전직 내지 경업금지약정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약정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 유무에 대해서는 개별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법원은 당사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및 전직 제한 기간이나 지역 및 대상 직종, 대가 제공 유무 등의 사정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이 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부분을 꼽자면 전직 및 경업금지약정에 대응하는 대가를 지급했는지 여부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재직 중 매월 일정 금액의 보안수당을, 퇴사 후에는 생활보조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대가 지급이 적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하기도 했지만(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2. 31.자 2010카합1360 결정), 반대로 보수가 높게 책정됐더라도 그 보수에 퇴직 후의 전직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경우도 있어(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20가합574910 판결), 수학 공식과 같은 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매월 일정액을 급여와 별도의 보안수당으로 지급하거나 혹은 전직 및 경업금지약정 대가로 상당 금액을 지급한다면 대상자의 전직이나 경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방지할 수 있으니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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