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생생한 모습 포착

국제 EHT 연구진, "은하 진화 과정 연구 등 새로운 결과 불러올 것"

과학입력 :2022/05/13 00:21    수정: 2022/05/13 10:05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자료=천문연)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자료=천문연)

이것이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의 모습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국제 연구진이 포착해 12일 늦은 밤 공개했다. 우리은하 중심부 블랙홀의 모습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이 블랙홀의 모습을 통해 일반상대성 이론의 정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도 성과다.   

EHT 연구팀은 2019년 처녀자리에 있는 M87 블랙홀을 찍은데 이어 이번에 궁수자리 A 블랙홀 활영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6편의 주요 논문과 4편의 보조 논문은 12일 천체물리학저널에 게재됐다. 

■ 다른 조건, 비슷한 모습의 블랙홀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 7천 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보다 약 400만 배 크다. 태양계로부터 약 5천만 광년 떨어진 M87 블랙홀에 비해 거리가 2천 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태양계에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그러나 M87에 비해 질량이 1천 500배 이상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멀리 떨어진 M87보다 관측이 어려웠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네 그룹으로 나눈 궁수자리 A 블랙홀 이미지 (자료=천문연)

두 블랙홀은 질량과 태양계로부터의 거리 등이 완전히 다르지만 포착된 모습은 서로 비슷했다. 이는 블랙홀의 형태를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정확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세라 마르코프 EHT 과학이사회 공동위원장은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EHT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 기체를 끌어들이는데 따른 부착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히고, 일반상대성이론을 보다 정밀하게 검증하는 등 새로운 연구 결과를 대거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다. 

■ 대규모 국제협력 연구의 결실

EHT는 세계 곳곳의 전파망원경 11대를 연결, 지구 크기의 거대 가상 망원경으로 활용해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연구 프로그램이다. 이번 연구에도 세계 80개 기관, 300명 이상의 EHT 연구진이 참여했다. 

대규모 블랙홀 관측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시에 블랙홀에 대한 다량의 영상을 재현해 이를 비교하는 모의실험을 5년간 진행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끝에 연구진은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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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는 EHT 다파장 캠페인에 참여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했다. 이로부터 블랙홀의 부착원반면이 지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또 국내외 한인 연구자들이 EHT 주요 망원경인 칠레의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와 하와이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운영에 참여해 이번 연구의 관측, 자료처리, 영상화 등 다양한 과정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