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권 공방, IT 기업에도 불똥 튄다

'로 대 웨이드' 판례 파기 땐 '정보제출' 요구 시달릴수도

인터넷입력 :2022/05/09 21:58    수정: 2022/05/10 10:4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여성의 임신중단(낙태) 권리를 보장한 판결을 뒤집는 연방대법원의 다수 의견 판결문이 유출되면서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런 가운데 다수 의견 판결문대로 될 경우 미국 IT 기업들도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이 파기될 경우 낙태를 불법 행위로 간주하는 주의 수사기관들이 주요 IT 기업들에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미국 연방대법원)

■ 낙태병원 검색 이력부터 공유차량 이용까지 수사 대상 될수도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의 특종 보도였다. 폴리티코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기로 한 98쪽 짜리 다수 의견 판결문 초안을 공개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한 기념비적인 판결로 꼽힌다. 이 판례에 따라 미국에서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한 임신 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판결이 뒤집힐 경우 ‘낙태문제’는 각 주 정부의 관할로 넘어가게 된다.

사진=구글

현재 미국에서는 최소 13개 주에 낙태를 금지한 법률을 갖고 있다. 이 법들은 일종의 ‘방아쇠법(trigger law)’으로 연방대법원 판례 때문에 실행 불가능한 상태지만, 판례가 바뀔 경우 곧바로 효력을 갖게 된다.

또 연방대법원이 판례를 바꿀 경우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에서는 곧바로 낙태금지법을 준비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력화할 경우 응급 피임을 물색하는 개인들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법원 명령장이 기술기업들에게 쇄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악시오스가 전망했다.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사법 기관들이 특정인에 대한 정보나, 특정 의료 기관 인근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위치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사진=씨넷)

낙태 수술을 한 특정 병원을 검색한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공유 차량 운전자가 낙태 수술을 하는 병원으로 승객을 태워줬을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는 수사기관이 우버, 리프트 같은 차량공유업체에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검색이나 위치 정보 뿐만이 아니다.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는 수사기관들이 생리주기 추적 앱 같은 의료 관련 정보도 수시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프로토콜이 전했다.

■ 전문가들 "생리주기 추적앱 쓰지 말고, 위치정보도 끄라"

악시오스는 “수사 기관들은 위치 정보, 검색, 구매 이력 등 여러 개인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입수할 수 있다”면서 “로 판례가 사라질 경우 데이터는 기업들에겐 골치거리이며, 개인들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악시오스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무력화될 경우 개인들이 조심해야 할 몇 가지 사항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생리주기 추적 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모바일 기기의 위치정보도 끄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악시오스가 권고했다. 또 브라우저는 ‘프라이빗 모드’로 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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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전역이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다량 확보하고 있는 주요 IT 기업들도 수사기관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주요 기업 중에선) 개인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있는 애플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