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하지마비 장애인 돕는 로봇 천사 '엔젤렉스' 입어보니

전국병원 12곳서 재활 치료에 활용..."앉았다 일어서고, 침대서 구르기도"

디지털경제입력 :2022/05/09 16:29    수정: 2022/05/09 21:59

엔젤로보틱스는 하반신 부분 장애 환자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를 개발한 의료전문 로봇기업이다. 엔젤렉스는 환자가 몸에 착용하고 걸을 때 다리 힘을 보조한다. 의료용 기기로 인증받아 전국 병원 12곳에서 재활 치료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성수동 엔젤로보틱스 사무실을 찾아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를 입고 걸어봤다.

엔젤렉스는 의료기기이므로 전문 물리치료사의 지도가 있어야 착용할 수 있다. 이날 엔젤로보틱스에 상주하는 물리치료사 신길호 책임이 착용을 도왔다. 

신 책임은 "엔젤렉스는 침대에서 구르는 것부터 일어서 걷는 것까지 다시 몸에 익혀야 하는 환자가 보다 빠르고 편하게 재활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엔젤로보틱스의 의료용 보행 보조 웨어러블로봇 엔젤렉스를 착용하고 일어서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착용하고 앉았다 일어서니, 누군가 몸을 떠받치는 기분 

엔젤렉스의 외형을 보면, 양 다리에 착용하는 종아리·허벅지 지지부와 등에 백팩 처럼 메는 태블릿이 이어져 있다. 등 부분에는 손잡이가 있어 물리치료사가 잡고 환자의 걸음을 보조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신발을 신은 채로 발부터 착용을 시작했다. 발 크기와 발목 둘레에 맞춰 고정 장치를 채운다. 골반과 허벅지, 종아리 착용부 길이도 몸에 맞춰 조절한다. 엔젤렉스의 무게는 약 20kg으로, 입으면 어느 정도 착용감이 느껴진다. 

기자가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의료용 보행 보조 로봇 엔젤렉스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착용을 마치면 물리치료사가 등에 메고 있던 태블릿으로 훈련 모드를 선택한다. 훈련모드는 '일어서기, 앉기, 서있기, 걷기, 계단, 스쿼트' 6가지다. 각 모드마다 로봇이 보조하는 힘 크기를 0에서 20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일어서기' 모드를 설정한 뒤 앉은 상태에서 일어서니 누군가 엉덩이를 세게 밀어 올리는 느낌이 들었다. 엔젤렉스는 발바닥 센서로 착용자가 다리에 주는 힘을 느끼고 걷는 의도를 파악한다. 무릎, 고관절, 엉덩이 관절 각도를 측정해 움직임을 보조한다. 일어서서 가만히 서 있을 때도 누군가 몸을 떠받치는 듯한 느낌이다. 일어선 상태에서 몸의 무게중심을 뒤쪽에 두어도 로봇이 보조하는 힘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다.

신 책임은 "실제 현장에서 환자들이 균형을 잡고 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넘어지지 않도록 로봇이 힘을 보조해주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엔젤렉스 모드 설정 태블릿 화면을 보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보행보조 로봇으로 재활 치료 현장 손 부족 문제 해결"

태블릿으로 걷기 모드를 설정하고 20여 걸음을 옮겼다. 평소 걷는 데 불편함이 없어서 보조력이 가장 작을 때 가장 편했다.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뻗을 때마다 체중이 실린 다리에 로봇의 힘이 들어갔다.

기자가 의료용 보행 보조 로봇 엔젤렉스를 착용하고 걷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 스쿼트 모드를 설정하고 투명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처럼 움직여봤다. 로봇이 몸을 받춰주기 때문에 맨몸으로 스쿼트 운동을 할 때처럼 힘이 들지 않았다.

신 책임은 "환자의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걷는 힘이 많이 부족할수록 보조력을 20에 가깝게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는 왼 다리를 더 움직이기 힘들 수도 있고, 재활을 거듭할 수록 스스로 걷는 힘이 생기는 등 환자 상태에 따라 로봇의 보조를 맞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 재활 치료 현장에서 엔젤렉스를 활용한 장점으로 "환자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손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엔 환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다리와 몸톰을 잡고 균형도 맞춰줘야했지만, 엔젤렉스가 다리 힘을 보조하니 몸통에 손잡이만 잡아주면 돼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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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로보틱스의 의료용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 (사진= 지디넷코리아)

엔젤로보틱스는 현재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엔젤렉스를 가정용으로도 개발 중이다. 재활 훈련을 병원 밖에서도 지속해 재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엔젤로보틱스는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그해 LG전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주목받았으며, 재작년에는 현대기술투자,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97억원 규모 시리즈 A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현재 국내 특허 15건, 국제특허 2건, 등록완료상표 30건, 디자인 1건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