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받지 못한 자, 이재용...새 정부가 기회 줘야

[정진호의 饗宴] 삼성 변화 지속 위해 새 정부서 사면·복권 이루져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2/05/09 14:48    수정: 2022/05/10 09:02

삼성전자가 지난 5년간 큰 어려움을 겪은 기업 중 하나라는 것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총수가 구속과 재판을 반복하면서 기업의 리더십과 자율성, 조직의 활력과 사기가 말이 아니다. 그동안 경쟁 기업들이 간판처럼 달고 있는 미래 전략 사업은 고사하고 변변한 인수합병(M&A) 하나 성사된 것이 없다. 인텔, TSMC,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도 삼성전자의 3대 사업장인 반도체·스마트폰·TV 가전 사업을 포위하고 그들만의 배타적인 신산업질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원)

삼성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많은 힘을 보탰다는 것도 빈말이 아니다. 2018년 9월 시작된 남북정상회담 방북 수행부터 2030 시스템반도체 투자, 한미 정상회담 대미 투자, 코로나 대응을 위한 치료센터와 마스크·LDS 주사기 개발 지원, 백신 확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위한 사업 등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시민 사회와 눈높이를 맞추고, 무노조 경영도 포기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외부의 부당한 압력과 요구로부터 기업의 독립성을 지키고, 각 계열사들의 경영 활동에 불법 리스크가 있는지 없는지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에게 잘 보이거나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한국경제와 국민을 위한 일이고, 삼성 스스로 좀 더 존경받고 투명한 미래로 가는 길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공여 혐의로 특검의 두 번째 영장 청구로 구속됐다. 그렇게 삼성그룹 창사 이래 처음 구속되는 총수가 됐다. 삼성은 재판 내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승마지원)해줬다'며 항변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묵시적 청탁'이라는 촛불의 분노를 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곡절 끝에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 와중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부친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정말 죄송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력을 탐하고 권세를 누리려 했던 자들의 농단에 엉켜든 한 기업인의 반성이자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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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시간이 지나고 기어이 때가 왔다. 그러나 끝내 사면·복권은 없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와 반도체 위기론도 무용이었다.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 나라와 경제를 위해 뛰라는 국민적 여론이 높았지만 경제계의 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10일 자정을 기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에서도 삼성이 지난 과거에서 벗어나 더 투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으로 달라지려 했던 약속과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 정부에서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업인이 경영 현장을 마음껏 누비며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정부나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만이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고 했다. 다시는 정경유착이라는 전근대적인 유물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눈을 부릎뜨고 있다. 정부가 기업 덕을 보려하거나, 기업이 권력에 기대어 이를 취하려 한다면 역사의 불행은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기업인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때 나라와 경제의 앞날은 밝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