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개발 나선 LG전자...전장사업 시너지 모색

전기차 1대당 MCU 1000개 필요...내재화 통해 반도체 부족 장기화 대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5/06 16:39    수정: 2022/05/10 09:35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나서면서 전장 사업 강화에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지난 5일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ISO 26262’ 인증을 받아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전자제어장치(ECU) 등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ISO 26262는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규격이다. LG전자는 ISO 26262의 자동차 기능안전성 등급 중에서 최고 수준인 ASIL(자동차안전무결성수준) D등급을 받았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MCU 등 차량용 반도체 개발 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개발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LG전자 내 반도체 연구개발(R&D) 조직인 SIC센터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그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카메라용 반도체를 완성차 업체에 공급해 왔다. 또 LG전자는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용 MCU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경험이 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에 앞서 고객사 확보와 제품 개발에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증 획득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 차량용 반도체 부족, 전장사업 수익성 차질…칩 개발 직접 나서

LG전자가 차량용 MCU 개발에 나선 배경에는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완화할 목적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또 기존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 사업본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ZKW와 시너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최근 TUV 라인란드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LG전자 SIC센터장 김진경 상무(좌측), TUV 라인란드 코리아 프랭크 주트너 대표(우측)(사진=LG전자)

최근 2년간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자 완성차 업체는 차량 생산량을 감산하거나 생산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자동차는 주요 부품 1개만 없어도 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용 MCU 공급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MCU는 두뇌부터 보조 역할까지 수행하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2년간 통상 12~16주 내외던 차량용 MCU의 리드타임(주문하고 납기까지 기간)은 1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여파로 LG전자의 고객사 또한 자동차 생산량을 감산하면서 LG전자가 공급하는 전장 부품 수도 줄어들었다. LG전자 전장사업부의 흑자전환 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이유다.

LG전자는 지난 4월 말에 진행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부품업계에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공급 이슈 및 원자재값 상승과 최근 러시아-우크라 전쟁과 중국 주요 동시 봉쇄 등으로 매출과 원가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흑자전환 시점이 늦춰진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완료한다면, 생산은 기존과 같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 몸값 오른 차량용 MCU, 시장 계속 확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MCU 평균가격은 전년 보다 10% 상승한 0.64달러로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MCU 평균가격은 2026년까지 연평균 3.5%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MCU 시장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내연 자동차 1대당 MCU는 약 200개가 사용되는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탑재량이 1천개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MCU 시장 전망(자료=IC인사이츠)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MCU 시장 매출은 전년 보다 10% 증가해 215억달러(약 27조3천802억원)로 사상 최대 액수를 달성했다. 그 중 범용 MCU(스마트폰, PC, 가전제품) 점유율(46%)이 가장 높고, 차량용 MCU는 40% 점유율로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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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차량용 MCU 매출은 연평균 7.7%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범용 MCU(7.3%) 보다 높은 성장률이다.

한편, LG전자를 비롯해 LX세미콘,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등 국내 팹리스 업체들도 최근 차량용 MCU 개발에 뛰어들었다. 또 현대자동차도 부품 공급이 장기화되자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을 통해 자동차 반도체 내재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