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받아 스스로 변형하고 이동하는 '트랜스포머 전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유연한 소재를 사용, 생체를 모방해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의 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연세대 이상영 교수와 인하대 위정재 교수 공동 연구팀이 빛 자극에 의해 형태가 변하는 액정고분자와 에너지를 저장하는 슈퍼커패시터를 일체화한 ‘자유 형상 전원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세 복합 프린팅 공정을 이용, 전지 소재를 액정고분자와 일체화했다. 액정고분자는 빛이나 열 등 외부 자극에 의해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 원하는 변형 형태에 따라 액정고분자 내 액정 분자의 배향 방향을 제어하고, 이에 맞춰 프린팅 공정으로 전지의 외관을 설계했다.
또 반복된 움직임에도 전지가 안정적으로 구동하도록 전도성 고분자와 탄소나노튜브 같은 유연한 소재로 슈퍼커패시터 복합전극을 설계했다. 전해질에도 이온성 액체를 활용, 고체전하체와 액체전하체의 물리적 특성을 동시에 갖는 준고체 전해질을 구현했다.
연구진은 코일, 조리개, 손바닥 등 다양한 형상으로 전지를 제작했다. 물건을 싣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스스로 기어가는 소프트 로보틱 전원 시스템도 구현했다.
지금까지 소프트 로봇은 로봇 자체의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주력, 전원은 주로 외부 전선이나 고정된 형태의 전지를 통해서 공급하는 형태였다. 이번 연구가 소프트 로봇의 움직임을 저해하는 전원 공급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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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 교수는 "개발된 트랜스포머 전지가 소프트 로봇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원천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전지 스스로 형태를 바꾸고 움직일 수 있다는 최초의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실용화를 위해 전지의 에너지 향상과 다양한 형상 변형을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학술지 '머티리얼스 투데이(Materials Toda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