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대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도 밝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⑫과학기술 분야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이를 실현할 정책 및 연구개발 거버넌스 체제를 개혁할 과제를 안고 있다.
과학기술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하고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는 것은 최근 들어선 한국 정부의 공통 과제였다. 하지만 새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신냉전의 기운마저 감도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 관계의 변화 속에서 어려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등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던 분야의 초격차 역량에 회의가 커지고, 인공지능이나 우주, 양자 기술 등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는 획기적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 시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나 코로나 시기 국제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위기 등은 핵심 역량 내재화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 초격차 기술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답은 '초격차 기술'과 '디지털 국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국가전략기술 초격차 R&D'와 '디지털 국가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과학기술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국가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전략무기화 되고 있는 상황"이며 "미래 먹거리 창출과 국가 난제 해결에 기여할 전략적 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과 집중 투자가 절실"하다는 남기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의 진단은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국가전략기술은 글로벌 기술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인 기술을 말한다. 국가전략기술 후보로는 '초격차 전략기술' 부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전 ▲수소 ▲5G·6G 등 과 '미래 전략기술' 부문의 ▲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AI·모빌리티 ▲사이버보안 등을 꼽았다.
초격차 전략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글로벌 선도기업을 육성하고, 미래 전략기술 분야에서는 대체불가능한 독자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또 새 정부는 6G와 AI를 중심으로 '디지털 국가전략' 수립을 추진한다. 우리나라가 네트워크 등 일부 분야의 디지털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핵심 분야의 기술수준이나 정부 투자규모, AI·데이터·클라우드 등 디지털 인프라 부문의 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비해 격차가 큰 상황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산업과 지역 단위에서의 디지털 활용 역량도 부족하다.
새 정부는 2026년 세계 최초 6G 기술 시연을 목표로 상용화 기술 프로젝트를 투진한다. 임기 첫해 AI 분야의 도전적 R&D에 착수하고, AI에 기반해 난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 거버넌스 개혁 어떻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같은 과학기술 혁신을 구현할 정책 및 연구개발 거버넌스 구조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정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장기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선거 운동 기간 중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주최 토론회에 참석,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설치 ▲정치와 과학기술 정책 원천 분리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연구환경 조성 ▲미래 선도 연구 10년 이상 장기지원 ▲청년 과학인 인재 육성 지원 등의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과기 거버넌스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과학기술과 ICT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후보시절 공약한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가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모습에 대한 논의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과학과 교육 업무의 통합 등 신중한 논의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슈들이 산발적으로 제기됐다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군살을 빼기 위한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과학기술보좌관 자리가 없어진 것도 과학계의 우려에 불을 붙였다. 과총 등 5개 국내 주요 과학 단체들은 "전 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은 수석비서관 급에서만 가능하다"며 과학기술 관련 수석비서관 설치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내기도 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전략과 관련, 과기 거버넌스와 연구개발 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민간 전문가(PM)에게 전권을 부여하여 범부처 임무지향형 R&D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투자를 유인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숨가쁜 기술 변화 속도에 적시 대응하도록 R&D 예산타당성 조사에도 손을 댄다. 인수위는 ▲R&D 예타 조사기간 단축 ▲R&D예타 기준금액 상향 ▲R&D사업 시행 중 기술환경 변화를 고려한 사업계획 변경 등을 통해 R&D 예타 제도를 신속하고 유연하게 개선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 새로운 도전과 응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귄위주의 국가에 의한 글로벌 질서 교란 등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간 글로벌 개방 시장을 전제로 한 국제협력의 분위기가 약해지고,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자유세계와 권위주의 세계의 선 가르기가 심화될 조짐이다. 지리적으로는 중국과, 문화와 제도 측면에서는 서구 세계와 맞닿은 우리로서는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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