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1년 지급결제보고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습니다. 주요국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결제 방식인 '실시간 총액 결제(Real-time Gross Settlement)'에 관한 겁니다. 통칭 'RTGS'로 소개된 이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으로 방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국내도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 구축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이 무엇이길래 거론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자금 이체나 송금을 할 때 금융사를 이용합니다.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자금을 보낼 경우 우리는 '실시간'으로 자금 이체 내역을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은행 간 은행에서는 자금이 실시간으로 이체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 있었던 거래 내역을 모아서 A은행이 B은행에 줘야 할 차액분을 계산하고 정산하는 사후 정산이 이뤄지는 격입니다. 이 처럼 결제되는 방식을 '이연 차액 결제(DNS·Deferred Net Settlement)'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소액 결제가 이뤄지는 전자금융공동망(신속 자금 이체 시스템)에 이연 차액 결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2001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이 공동망을 만들어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모바일 자금 이체, 소액 결제가 늘어나면서 이연 차액 결제 방식의 단점이 대두됐습니다. 정산해야 하는 시점에 A은행이 파산한다면 B은행은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수 있다는 신용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죠.
이 때문에 논의되고 현재 주요국에서 도입하는 새로운 방식이 바로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입니다.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은 정산일을 기다릴 필요없이 이체 즉시 실시간으로 A은행과 B은행 간 정산이 이뤄집니다. 자금 이체 건별로 참가기관 간 결제를 실시간 처리함에 따라 신용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스웨덴·홍콩·캐나다 등이 도입했으며 2023년 미국이 2024년에는 스위스에서도 이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을 구축한다고 합니다.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이 논의되고 구축이 가능해진 것은 IT인프라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시간으로 수 억 건의 결제를 과거 처리할 만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다량의 소액 거래를 건 별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은 건 별로 결제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참가 금융사가 적정 수준으로 유동성(현금)을 상시적으로 유지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부담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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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요국의 결제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결제 방식 변화를 고려하진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시스템이 다르면 연계가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해외 송금서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박준홍 금융결제국 지급결제개선반장은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끼리 연계되면 국가 간 송금도 효율적일 수 있으며, 국가 간 결제 방식이 다르면 시스템 연계와 리스크 측면서 곤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국외 송금 효율화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실시간 총액 결제 방식 구축을 전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박준홍 반장은 "결제 방식을 바꾸기 위해선 결제망에 참여 중인 금융사나 금융결제원 등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필요하다"며 "향후 관련 결제 방식이 갖춰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