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나 스마트폰 대부분은 처리한 데이터를 여러 형식의 파일로 변환하고 저장소에 보관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그대로 보존할 경우 저장 용량이 금세 부족해지기 때문에 JPEG와 같은 여러 포맷으로 압축해 저장하게 된다.
싸이테크데일리·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사람의 뇌 역시 작업 중인 정보를 임시 저장하는 작업 영역인 ‘워킹 메모리’(작업 기억, 다른 감각 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머릿속에 잠시 잡아 뒀다가 기억하는 것)가 기억을 요약해 압축 데이터로 보존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로써 시각적인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이해를 높이게 됐다.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 작업 기억은 고등 인지 과정의 구성 요소다. 만약 이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정신 분열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 신경학적 증상이 생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보가 어떻게 기억으로 변환되는 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었다.
이에 뉴욕 대학의 유나 크와크 박사 과정 학생(공동 저자)과 클레이튼 커티스 교수(수석 저자)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있는 피험자의 뇌를 스캔해서 시각적인 작업 기억을 사용 중인 뇌의 활동을 조사, 연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두뇌가 작업과 관련 없는 기능을 버릴 뿐만 아니라, 작업 관련 기능을 효율적이고 지각 입력 자체와 구별되는 메모리 형식으로 다시 코딩한다고 가정했다.
아래 이미지는 실험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다양한 각도로 기울어진 선의 이미지를 12초간 보고 기억한 뒤 휴식 후 그림이 어떻게 뻗어가고 기울어 있었는지를 가급적 정확히 기억해 표시하도록 요구를 받았다. 아울러 기울어진 선이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 모임의 영상을 이용한 실험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했다.
연구팀은 피험자의 뇌 활동을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으로 측정한 결과, 기운 선 실험에서도 움직이는 점의 실험에서도 같은 유형의 신경 활동이 시각 피질과 두정 피질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각 피질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며, 두정 피질은 기억의 처리와 보존에 사용되는 영역이다.
연구자들은 “같은 뜻을 갖는 다른 시각 기억이 공통의 영역에서 똑같이 처리되고 있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입체적인 뇌의 활동 데이터를 평면으로 투영하는 방법이 쓰인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마치 칠판을 사용한 판서 같은 패턴이 떠올랐다. 크와크에 따르면 이는 피실험자가 선의 굵기나 점의 개수와 같은 방대한 정보를 포함한 시각 정보를 ‘어느 방향을 나타내고 있었는지’라는 간소한 정보로 압축하고 저장했음을 의미한다는 것.
앞서 이뤄진 다른 연구에서도 1, 2, 3과 같은 숫자나 문자를 눈으로 봤을 때 시각 정보가 “일, 이, 삼”과 같은 발음으로 변환한 후에 기억되는 것을 확인했었다. 예를 들어 일련의 전화번호를 보면 뇌는 해당 번호를 다 걸 때까지 시각적인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숫자의 소리를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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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작업 기억의 정보가 기억으로 변환되는 구체적인 절차를 판명했다는 점에의 의미가 있다.
이 결과에 대해 커티스 교수는 “우리의 시각적 기억은 유연하며, 우리가 본 것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해석한 정보로 추상화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