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지정학적 다툼으로 번져가는 가운데서도, 두 나라 과학기술계의 국제협력은 줄곧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김재수)이 발간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글로벌 패턴과 한국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상호 협력 의존도는 계속 심화돼 왔다. 그러나 양국 패권 경쟁이 두드러진 최근 2-3년 사이에는 이같은 추세에 역행해 협력 관계가 축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우리나라는 국제협력을 통해 생산한 논문의 비중이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ISTI는 클래리베이트가 제공하는 과학기술 연구정보 데이터베이스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수록된 1991-2020년 사이 3천만 건의 문헌 데이터를 분석, 국제 공동연구의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200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국적이 다른 기관이 함께 연구해 논문을 내는 국제협력 비중이 국내협력과 기관 단독 논문 비중을 넘어섰다. 미국은 다소 늦은 2010년대 초반 이런 역전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반 국내협력 비중이 단독 논문 비중을 추월했고, 2010년대 후반 들어서 국제협력 비중이 단독 논문 비중을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위상이다. 중국은 학술논문의 양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도 국제협력보다는 자국 내 협력 비중이 증가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미국과의 국제협력도 최근까지 계속 확대됐다. 중국 과학계가 국내외로 급속히 팽창하는 '과학굴기'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0년 간의 과학계 국제협력 추이를 분석해 보면, 주요 국가들의 협력국이 특정 국가에 쏠리지 않고 분산되는 등 전반적으로 국가 간 협력 관계의 다양성은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 국제협력 노력이 쏠리는 현상도 더불어 나타났다. 미국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 역시 최근 3년 사이 미국과의 협력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중국이 2위 협력 국가로 떠올랐다.
2018-2020년 사이 미국의 국제협력 논문 중 중국과의 협력논문이 15.51%, 중국의 국제협력 논문 중 미국과의 협력논문이 26.59%를 차지했다. 양국이 서로 가장 많이 공동 논문을 내는 주요한 파트너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줄어든 반면, 미국에 대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미국의 협력 파트너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2020년에는 일시적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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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과학계에는 미중 패권 경쟁과 상호 협력의 증가라는 두 가지 추세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이준영 책임연구원은 "가장 최근 수년 간 인공지능 등 주요 과학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러한 감소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협력 환경의 일시적 변화로 인한 것인지 미중 디커플링의 영향인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기술패권주의적 일련의 조치들은 일차적으로 기술유출을 막는다는 목표가 있겠으나, 좀 더 근원적으로는 최소 30여 년간의 장기간 동안 국제협력 과정에서 고착화된 미중협력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정조치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