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외서 원격의료 시동…왜 베트남 택했나

국내선 규제 때문에 힘들어…"헬스케어 부문 분사도 고려"

방송/통신입력 :2022/04/13 15:18    수정: 2022/04/13 21:18

KT가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규제가 적은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KT는 13일 하노이의대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KT와 하노이의대는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개발 ▲의료 인공지능(AI) 공동연구 ▲현지 의료진 교육 분야에서 협력한다.

특히 KT는 하노이의대와 함께 만성질환 원격의료 서비스 검증을 진행한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자가측정, 복약관리 등을 포함한 셀프케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지 의료진을 채용해 '돌봄 코디네이터' 상담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사진=KT)

KT는 하노이의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연내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플랫폼 시범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다각화된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기관과 제약사, 의료 IT기업 등과 논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베트남을 토대로 원격의료 사업을 동남아 다른 국가들로 확장할 계획도 있다.

■ KT가 시선을 베트남으로 돌린 이유

KT가 해외에서 먼저 시동을 건 것은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훈석 KT바이오사업P-TF장은 "국내 시장에는 다양한 규제 허들이 있지만, 원격의료 중심으로 봤을 때 의사와 환자간 비대면 진료 금지 조항이 있다는 게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재외국민 혹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만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아직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 자체가 많지 않아 사업을 시작하기에 용이하다. 

베트남의 의료 인프라가 풍부하지 않고, 동남아 시장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고 상무는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시의성 있게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격의료 서비스를 진행하면 환자를 맞춤형으로 돌볼 수 있는 만큼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는 2~3년 정도는 베트남의 의료업계에서 신뢰를 쌓으며 투자를 진행한 뒤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주변 섬나라를 중점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고 상무는 "물론 현지에도 원격의료를 시작한 기업들이 있지만, 한국의 톱클래스 의료진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과 KT의 강점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헬스케어 분사, 일부 고려하고 있어"

이날 KT는 헬스케어 부문이 커지면 분사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고 상무는 분사에 대해 "디지코(DIGICO) 전환의 일환으로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에 있다"며 "일부 고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이후 통신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유무선 중심의 '텔코'(Telco)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디지코의 일환으로 ICT 역량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기 위해 미래가치추진실 산하에 디지털바이오헬스P-TF 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KT는 강북삼성병원과 함께 헬스 데이터 연결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인하대병원과는 의료 AI를 활용한 진단 및 치료 보조 알고리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그 외에도 가톨릭중앙의료원과 디지털 치료기기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는 등 꾸준히 역량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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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KT가 최근 지주형 지배구조 체제로의 개편을 고려하며 꾸준히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만큼, 헬스케어 분야도 분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됐다. 

KT는 이번 베트남 진출을 통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 노하우를 쌓겠다는 계획이다. 고 상무는 "베트남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베트남에서는 노하우를 쌓고, 규제가 완화된다면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원격의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