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품 가격 또 오른다...가전·모바일 업계 바짝 긴장

수급 불안 여전히 심각...일부 칩 리드타임 최대 40주

홈&모바일입력 :2022/04/12 16:19    수정: 2022/04/13 08:43

주요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꾸준히 인상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공급 부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 여러 악재까지 겹친 가운데 반도체 사용률이 높은 가전, 모바일,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LG 오브제컬렉션 제품 (사진=LG전자)

■ 핵심부품 MCU, PMIC, DDIC 등 올해 또 가격 인상 

12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보다 올라 0.68달러를 웃돌고, 2026년까지 연평균 3.5%로 꾸준히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지난 10년간 MUC의 평균가격은 매년 인하돼 왔으나, 2020년 파운드리 공급 부족 이슈가 터지면서 칩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MCU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보다 10% 올라 사상 최대인 0.6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5년만에 가장 높은 MCU 가격 인상률이다.

MCU 평균판매가격 전망(자료=IC인사이츠)

대만 디지타임즈아시아는 지난달 28일 MCU 주요 공급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도 고객사에게 올 2분기에 MCU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또 ST는 다른 자동차 및 산업용 반도체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스템반도체 공급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칩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MCU는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이다. MCU는 모든 전자 및 가전제품에 최소 1개 이상씩 들어가며, 자동차에는 무려 200개 이상이 탑재된다. MCU의 가격 인상은 전 업계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MUC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가전, 스마트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산업용 시장이며, 전체 MCU 매출에서 46%를 차지한다. 자동차(40%), 스마트카드(14%)도 MCU 구매율이 높은 시장이다.

MCU뿐 아니라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도 올해 가격 인상이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MIC의 평균판매가격은 2020년 0.21달러, 지난해 0.23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약 10% 올라 근 6년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DDI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이상 인상됐으며 올해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전체 부품원가(BoM)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가전, 모바일,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강, 레진, 구리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도 올랐다. 

팬데믹 이전에는 65인치 TV의 배송비가 9달러였지만, 지난해는 TV 크기에 따라 50~100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가전 업계는 소비자 가격을 쉽게 올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의 구매의지를 꺾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달부터 일부 가전제품 109개 품목 가격을 최대 31%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이슨도 부품 가격 인상을 이유로 올해부터 헤어드라이어 등의 일부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2%를 넘은 적이 없던 스마트폰 평균가격은 지난해 5% 인상된 바 있다.

올해 또 칩 가격이 인상되면 가전 및 모바일 업계는 수익성을 위해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반도체 수급 상황 완화됐지만…일부 부품은 여전히 심각

칩 가격 인상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여전히 일부 칩들의 수급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요한 반도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신제품 출시일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반도체의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적으로 5~6개월(24주)이었으나,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최대 40주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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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4G 및 저가형 5G 시스템온칩(SoC)의 리드타임은 약 30~40주이며, 스마트폰용 센서의 리드타임은 약 32~36주, OLED DDIC와 터치 IC의 리드타임은 20~22주 정도다. 노트북에 주로 사용되는 타입C IC, 와이파이 칩, PMIC는 약 20~25주이나, 2분기 말에는 개선될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장 마크 쉐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공급 부족은 올해부터 점차 개선되겠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정상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