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망 사용료' 갈등 격화…업계는 "입법 필요"

GSMA "CP 망이용료 분담 당연"...미국 USTR은 "망 사용료 입법 우려" 의견

방송/통신입력 :2022/04/11 16:41    수정: 2022/04/11 17:39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網) 이용대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망이용대가 의무화를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될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과방위가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중심으로 통합 법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다 현재 국회 과방위에 계류 중인 법안 7개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 이슈가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진행된 MWC22에서 약 750개 통신사업자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망 사용료를 분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 넷플릭스 "OCA로 해결 가능" vs SK브로드밴드 "효과 없다"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갈등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이용대가 협상 재정을 신청했고, 이듬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의 협상 재정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지난해 6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쟁점은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통한 망 사용료 청산 여부와 상호무정산인 '빌앤킵'(Bill and Keep) 방식 적용 여부 등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OCA를 이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압축 및 인코딩 기술, 그리고 '오픈 커넥트'(Open Connect)를 자체 개발했다. 오픈 커넥트는 세계 각지에 설치된 넷플릭스 콘텐츠 전용 캐시서버인 OCA와 이를 연결하는 회선으로 구성돼 있다. 

넷플릭스는 "ISP는 자신과 가까운 곳의 OCA에 직접 연결하고,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OCA를 망 내에 분산 설치함으로써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수많은 국내외 ISP들처럼 OCA를 SK브로드밴드 망 내에 설치하면 트래픽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ISP가 넷플릭스에게 바라는 것은 ISP의 비용을 들여 구축한 자산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윤행위를 하는 만큼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가 특정 ISP에게 OCA를 연결하더라도 OCA 이후 해당 ISP 망에 흐르는 트래픽의 양은 변함이 없으며, 해당 인터넷 망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대다수 글로벌 CP는 통상 대용량의 콘텐츠를 전송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트래픽 전송을 위해 자체적인 CDN을 구축해 운용하거나 전문 CDN사업자가 보유한 망을 임차한다"며 "두 가지 경우 모두 글로벌 CP는 해당국의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아무리 OCA를 잘 구축해도 백본망과 가입자망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거부는 국내 인터넷 망 투자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국내외 다른 CP와의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 USTR 보고서, 새로운 변수 될까…국회에 쏠린 눈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2022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통해 망 사용료 부과와 관련한 국내 입법 움직임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USTR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여름 한국 국회에서 CP가 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됐다"며 "한국의 국제 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미국은 이와 관련한 한국의 입법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차례 발의됐다. 발의된 개정안은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망 이용료 납부를 의무화해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망 사용료 관련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계약 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등을 금지행위 유형으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방통위가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한다고 나와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해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접속역무의 제공에 필요한 망의 구성 및 트래픽 양에 비춰 정당한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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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USTR은 우리 국회가 추진했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펼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수용되지 않은 바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국내 인터넷 자원을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함으로써 국내 CP들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방위 내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재판 결과를 본 후 법안을 상정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경우 쟁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본 뒤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