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민간인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키이우 인근 주민들 "러軍, 우리 부대가 민간 주택 공격하지 못할 거란 걸 이용"

인터넷입력 :2022/04/08 13:53

온라인이슈팀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로부터 퇴각한 러시아군이 마을에 주둔하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8일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오부호비치 마을 사람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본인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022년 4월 7일 우크라이나 북부 오부호비치 마을에서 한 노파가 참호 안에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이들은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주택가 인근에 참호를 만들어 민간 주택을 차마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군의 생각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AFP통신은 이날 전쟁이 발생하기 전 약 1500명이 거주한 이 마을에서 5개의 큰 구덩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구덩이는 민간 주택이나 거리의 중간 지점에 있거나 주택가 인근 정원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거리에는 탱크의 바퀴 자국이 남아있거나 버려진 보급품이나 러시아·벨라루스산 담뱃갑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이 마을은 지난달 중순부터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됐다.

율리아 피안코바(35)는 "러시아군이 본인들의 차량을 넣기 위해 참호를 파고 우리를 방패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지하실에 있던 우리들을 데리고 나와 숫자를 세고 나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며 "어디가 중심가인지 누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그의 집벽에서 러시아어로 '어린이'라 쓰인 글귀를 봤다고 전했다. 피안코바 씨는 실제로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

◇ "러軍, 집 사이에 차량 넣어 자신들 보호하려 해"

2022년 4월 7일 우크라이나 북부 오부호비치 마을의 파괴된 건물 앞에서 노파가 손짓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마을 사람들은 러시아군의 탱크뿐만 아니라 통신 차량이나 장갑차들이 주택 근처에 파여진 참호 안에 주차돼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참호와 가까이 있는 집에는 굴착물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피안코바 씨는 정원에 대포도 설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제냐 바벤코(75)는 "그들이 우리들의 집 사이에 차량을 넣어 자신들을 보호하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부대가 주거용 주택을 포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들은 사람들을 방패로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을 주변에는 포격의 흔적들도 남아있었다. 주변 집들의 창문은 날아가고 벽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일부 건물은 파괴되기도 했다.

미콜라 바렐잔(62)는 "러시아군이 이 마을의 모든 곳에 주둔했었다"라고 말했다.

◇ 제네바 협약상 '공격으로부터 보호 위해 민간인 이용해선 안 돼'…러, 수많은 전쟁범죄 혐의 받아

전쟁 중 인도주의적 행동의 국제 규범인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사람을 방패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1977년 제네바 협약 의정서에는 '특정 지점이나 지역을 군사 작전으로부터 면제받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이후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심지어 푸틴 자신에게도 수많은 전쟁범죄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유엔은 "러시아의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엄청나게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키이우의 인근 마을 부차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들이 다수 발견되면서 러시아는 전쟁범죄 여부를 두고 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망한 이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민간인 사망에 관한 어떠한 책임도 부인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시신 사진은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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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성공함에 따라 이전에 러시아가 점령했던 지역을 살피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전쟁범죄로 보이는 강력한 증거들이 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