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경영 참여, 트위터엔 약일까 독일까

"알고리즘 공개" 공언하기도…이사 직무 범위 지킬지 관심

인터넷입력 :2022/04/06 10:41    수정: 2022/04/06 10:5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위터에 독이 될까? 아니면 약이 될까?

‘최대 주주’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도 직접 참여하기로 하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이사로 본격 활동할 경우 트위터의 콘텐츠 모더레이션(부적절한 콘텐츠 감시) 활동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영영자(CEO) (사진=씨넷, 일론 머스크 트위터)

■ "극단적 언론자유 적용 땐 비즈니스 위축 우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를 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트위터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열정적인 신봉자이면서 강렬한 비판자이기도 하다”면서 “이사회에 합류하게 되면 우리가 장기적으로 더 강력해지도록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도 “머스크가 오랫동안 이사회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경영 참여 소식은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전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9.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머스크는 8.8%를 갖고 있는 미국 투자 전문회사인 뱅가드그룹를 제치고 트위터 최대 주주가 됐다.

단순한 최대 주주와 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가 ‘언론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해 왔던 터라 경영 참여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프로토콜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프로토콜은 “아그라왈 CEO는 머스크가 ‘열정적인 신뢰자이자 결렬한 비판자’라면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씨넷)

이 매체는 머스크의 가장 큰 리스트는 ‘극단적인 언론자유 옹호자’라는 점을 꼽았다. 그러다보니 머스크는 트위터의 ‘콘텐츠 모더레이션’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그는 아예 트위터의 알고리즘을 오픈소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부분이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인 트위터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콘텐츠 중재 기능을 대폭 완화할 경우 자유방심 상태가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토콜은 “대형 브랜드들은 극단적인 주장을 담은 트윗 옆에 자신들의 메시지가 나란히 놓이는 곳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머스크가 주장하는 것처럼 트위터의 알고리즘 소스를 공개할 경우엔 보안 위험도 있다고 이 매체는 꼬집었다.

■ 이사는 특정업무 관여 못해…트위터 "머스크도 예외 없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누구보다 많은 글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머스크는 테슬라의 비즈니스와 관련한 내용을 트위터에 마구 공개해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콘텐츠 모더레이션'이 정교하게 자리잡기 이전의 암흑 상태로 회귀할 우려도 있다고 프로토콜은 비판했다.

물론 트위터에도 안전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트위터 내규에는 “특정 사안은 이사들의 의무나 책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제품 제안, 제품에 대한 불만이나 조사 같은 것들이 특정 사안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언론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위터 이사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트위터 측도 “머스크를 특별대우 하지는 않을 계혹이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에 있는 트위터 본사. (사진=위키피디아)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급격한 정책 변화를 몰고 오기는 힘들다. 그가 공공연하게 주장해 왔던 ‘트위터 알고리즘 공개’ 같은 것들을 도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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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위터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한 일론 머스크는 ‘상식 내에서 활동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테슬라 CEO로 재직하면서도 규제 기관인 SEC 규정을 무시하고 정면 충돌하는 행보를 서슴없이 보여줬다.

과연 이런 캐릭터를 갖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 내에서 ‘직무 범위’를 지키면서 조용히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머스크의 향후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