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러시아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유는?

우크라 침공 후 유가 급등해 외화 수입 증가

금융입력 :2022/04/05 16:36

온라인이슈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서방 각국이 대대적으로 경제제재를 가한 뒤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제재 이전 수준 가까이 반등했다. 

전쟁전 루블당 15.77원에서 9.71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지금은 14.56원으로 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루블이 이처럼 반등한 것이 갖는 의미를 따져보는 칼럼을 실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검수중인 러시아 루블화. (사진=뉴시스)

제재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할 수 있는 풍부한 재원을 가진 것이 된다. 나쁜 소식이다. 루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사실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자금사정이 넉넉하다. 루블화 하락을 막기 위해 러시아 당국이 취한 조치들로 구소련 사회

주의 공화국 시대의 금융시스템으로 복귀했다. 이 시스템은 1991년 붕괴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루블화는 전세계에서 자유롭게 유통됐다.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치가 결정됐다. 이처럼 루블화 호환성이 높아지면서 서방의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고 러시아에 투자하고 러시아 기업들과 거래했다. 그런 시대가 끝난 지금 러시아 정부는 루블화를 지탱하기 위해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외환 자유거래를 막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루블화가 폭락한 이유중 하나는 해외에 보유한 외환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해외 보유 외환으로 루블을 사서 지탱하곤 해왔다. 해외 보유 외환을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을 지탱할 수단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해외 보유 외환에 손을 댈 이유가 없다. 적어도 현재로선 전혀 달러와 유로 등 외화가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외환보유고가 오히려 늘어난 때문이다. 지난 1일 블룸버그 소속 경제학자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입이 올해 3분의 1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화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에 유출은 거의 없다. 서방국들은 러시아 제품 수출을 차단하는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 당국은 외화를 축내는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보유 외환이 급증한 것이다. 러시아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국제금융연구소(IIF)가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 외환을 넉넉히 가졌음에도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유로와 달러를 일정 금액 이상 가지고 나갈 수 없다. 중앙은행은 러시아로 유입된 유로와 달러 및 기타 외화의 80%을 모스크바 외환시장이나 기타 금융당국을 통해 루블화로 환전하도록 의무화했다. 중앙은행은 또 이들 외화를 금융부와 민간은행이 해외 부채를 상환하고 기업들이 사전에 허가된 물자를 수입하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비우호국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살 때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했다. 유로나 달러 등 외화로 지급하더라도 이 금액 전체를 가즈프롬은행(가즈프롬 전용 은행)에서 루블화로 환전해야 한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 조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러시아의 요구에 반발해 계약에 따라 지불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제인 폴리 네덜란드 라보방크 런던 주재 통화 전략가는 "치킨 게임이 진행중"이라고 했다.

세르게이 구리에프 파리 시앵스포대학교 경제학교수는 루블을 지탱함으로써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은 선전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푸틴으로선 또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달러가 아닌 루블로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적 의미가 크다. 1990년대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세르게이 알렉사셴코는 "내가 정한 규칙을 강제한다. 당신들의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 내가 규칙 제정자다. 루블로 결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루블화를 외화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만으로 러시아를 시장에서 영구히 차단할 순 없다. 제재로 인해 이미 물가가 급등했으며 주요 생산 원자재 부족을 촉발할 것이다. 러시아가 외화표시 대규모 부채를 상환해야 할 때 외화 부족이 야기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진다. 루블화는 또 외국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자산을 팔고 현금화해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도 하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 구리에프는 최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탈출하려하고 있다"고 했다. 대서양위원회 지구경제센터 부책임자 찰스 리치필드는 "러시아의 경제 전망은 여전히 매우 나쁘다. 자본 통제가 다시 부과됐다는 사실은 러시아의 미래에 안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관련기사

그밖에 최소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를 크게 치르고 있다. 루블이 아무리 가치를 회복했다고 해도 말이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