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위험 막는다...간편한 '물뽕' 탐지 기술 개발

생명연, 성범죄에 쓰이는 마약 GHB 현장 탐지 가능한 하이드로겔 개발

과학입력 :2022/04/04 12:00    수정: 2022/04/04 16:38

2018년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술이나 물에 타 먹여 상대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드는 일명 '물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물뽕은 감마 하이드록시낙산(GHB)이라는 마약으로, 무색무취하고 몸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배출돼 종종 데이트 강간에 악용된다. 

현장에서 GHB 노출 여부를 쉽게 확인해 성폭행 위험에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나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소장 정은주) 예측독성연구본부 김우근 박사팀은 GHB에 반응하면 색이 변하는 겔(gel)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화장품 케이스 등 생활 용품에 적용해 손쉽게 마약 노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생명연 연구진이 개발한 하이드로겔이 GHB에 반응해 색 변화를 일으킨 모습 (자료=생명연)

현재 마약류 검출은 사후적으로 노출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물뽕의 경우 한번 노출되면 바로 성폭행 등의 피해로 이어지고, 6시간 후면 대부분 몸에서 빠져나가 검출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주의가 필수다. 

연구진은 헤미시아닌이라는 염료를 기반으로 GHB와 반응하면 색이 바뀌는 신규 발색 화합물을 만들고 이를 하이드로겔 형태로 제작했다. 평소 노란색을 띠는 겔이 GHB에 노출되면 약 10초 이내에 빨간색으로 변하여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GHB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인 1㎍/㎖ 농도에까지 반응한다. GHB가 미량이라 색 변화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안전성연 김우근 박사 연구팀은 제브라피시 동물모델을 활용하여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검증했다. 

개발된 겔은 몸에 직접 바르거나 화장품이나 여성용품 등 다양한 제품군에 코팅해 적용할 수 있다. 물뽕을 탄 것으로 의심되는 음료를 한방울 정도 겔이 코팅된 표면에 묻혀 색 변화를 확인하면 된다. 화장품 파우치에 코팅하거나, 여성 화장품 용기에 넣어 휴대할 수 있다. 현재 화장품 기능성 소재 개발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GHB 감기 하이드로겔을 개발한 김진영 연구원(왼쪽)과 권오석 박사 (자료=생명연)

권오석 박사는 "색 변환 하이드로겔 제조기술은 GHB와 같은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라며 "현재 약물 검출 시장에 성범죄 예방을 위한 약물 검출 기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기술이 성범죄 예방과 약물 검출을 위한 새로운 진단시장 개척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바이오센서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게재됐다. 산업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과기정통부 국민생활안전긴급대응연구사업, 농식품부‧과기정통부‧농진청 스마트팜다부처패키지혁신기술개발사업, 환경부 환경성질환예방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바이오융합사업 및 바이오인프라선진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