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 다윈중개, 부동산 매물 DB 놓고 소송

네이버 "데이터베이스권 침해" vs 다윈중개 "저장 없이 아웃링크만"

부동산 중개시장을 둘러싼 기존 사업자들과 스타트업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초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다윈중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윈중개가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 정보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다.

다윈중개는 자사 사이트 방문자들이 네이버 부동산 매물도 반값으로 중개받을 수 있도록 다윈중개 사이트에서 네이버 부동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아웃링크를 제공 중이다. 이 부분에 있어 네이버는 자사의 부동산 매물정보를 다윈중개가 무단 이용하는 등 데이터베이스권을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제2사옥 조감도

다윈중개 측은 “현재도 부동산 중개는 대부분 매도자쪽 중개사와 매수자쪽 중개사의 공동중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다윈중개는 매수자들이 반값 수수료만 내고 공동중개를 받을 수 있도록 다윈중개 중개사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올린 매도자쪽 중개사들을 연결해주기 위한 인터페이스만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다윈중개는 네이버가 광고주인 공인중개사협회와 일부 중개사들의 항의에 굴복해 스타트업을 상대로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들이 볼 때 기존 중개 수수료 시장을 뒤흔드는 다윈중개에 네이버 매물 정보가 노출될 경우 고객들이 더 저렴하고 편리한 다윈중개로 옮겨갈 수 있다. 이에 공인중개사 쪽에서 네이버를 이용해 다윈중개를 제소하도록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네이버 부동산의 어떤 정보도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적이 없다. 오직 공동중개 인터페이스 제공을 위한 면적, 층, 가격정보 등만 잠시 가져와서 보여주고 더 자세한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보러 가기'라는 링크를 제공해 네이버로 이동시켰다”며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가 모든 사이트들의 정보를 가져와서 서비스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큐레이션 서비스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어 “네이버의 이번 소송은 공인중개사협회와 일부 중개사들의 항의와 압력 때문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김석환 다윈프로퍼티 대표

네이버는 "다윈중개에 네이버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매물정보를 허락없이 사용하는 불법적인 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해 두차례나 보냈지만 시정되지 않아, 올해 1월 다윈중개를 상대로 네이버부동산 매물정보 무단 이용, 복제 등 금지를 신청하는 '데이터베이스권 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다"면서 “근거는 당사의 매물정보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당사의 성과 무단사용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다윈중개는 지난해에도 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세 차례나 검찰고발을 당했다가 무혐의 처리된 적이 있다. 또 개그맨 서경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가 서경석이 진행하는 방송프로그램들에 중개사들이 집단 항의를 해 광고에서 하차시켰던 적도 있다.

다윈중개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시장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과 전통 부동산 중개 시장과의 마찰이 계속 되고 있다. 이번 네이버와 다윈중개 법적 공방 역시 이 같은 대립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며, 그 결과에 업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