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차 세계대전이나 전술핵·생화학 무기 사용 등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이상설도 제기되지만, 이건 지극히 서방의 시각이라는 주장이 프랑스에서 제기됐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도 설득력이 있는 만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진지한 안보 회의를 열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모리스 구르도-몽타뉴 전 프랑스 외교차관은 지난 25일 현지 일간 르 피가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르도-몽타뉴 전 차관은 영국과 독일은 물론 중국과 일본 주재 프랑스 대사를 지낸 고위 외교관으로, 차관 시절엔 한국을 방문한 이력도 있다.
구르도-몽타뉴 전 차관은 "갈등의 무대가 된 유럽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자세는 감정적"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서방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이해는 제각각이고, 미국 같은 강대국은 특히 전쟁터와는 멀리 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서방이라도 이번 사태에서 프랑스와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는 의미로도 읽히는데, 이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과도 맞닿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이어 유럽에서 "(푸틴을 향한) 수사와 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경고하면서 "나는 러시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은 삼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르도-몽타뉴 전 차관은 "개전 이후 서방이 취한 행동, 일련의 제재와 정상회담이 별다른 소용이 없는 이유는 그것이 갈등의 근본을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재의 효과와 관련해 과도한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전쟁에 직면하게 된 건 이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련 붕괴 이후 서방은 '안보가 승전국 혹은 가장 강한 나라의 법률만은 아니란 사실'을 망각했고, 이제는 안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나토의 동진이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바로 이런 문제"라고 짚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2007년 뮌헨 연설에서 나토의 동진을 도발로 규정하고 반대한 점과, 이번 전쟁에 앞서 재차 서방에 러시아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러시아 입장에서 나토의 동진이란, 러시아를 주적으로 한 나토에 동유럽내 옛 소련 및 그 위성국이 가입해 그 영토에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 미사일과 나토 병력이 배치되는 것을 말한다.
구르도-몽타뉴 전 차관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한 것이며, 이에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자국 국가의 보호와 영토 통일에 나서야 했을 뿐 미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러시아를 파괴하는 것? 러시아는 '나치 독일'(타도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이제는 이번 전쟁 발발 직전까지 일어난 갈등을 멈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은 평화 모색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나토와 러시아가 참여하는 안보 총회를 열어 새로운 무기 통제 체제를 갖춘 안보 보장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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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도-몽타뉴 전 차관 기고문의 전반적인 취지는 러시아에 맞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역동성에서 벗어나자는 것으로, 다소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한 측면이 있지만, 이번 전쟁 관련 위기를 보다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