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을 가장 큰 가치로 표방한 MZ(1980년대~2000년대) 세대 노동조합(노조)이 IT(정보기술), 제조업, 공공 등 여러 분야서 설립됐다.
MZ세대 노조들은 민노총과 한노총 같은 상급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정치 성향을 지닌 기성 노조들과 다르다는 얘기다.
때마침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공공기관 최초 MZ세대 노조인 KISA영원노동조합은 지향점을 고민하게 됐다.
우선, KISA영원노동조합 설립 배경부터 살펴보자. KISA영원노동조합은 아이러니하게도 노조를 탈퇴하기 위해 설립한 노조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민노총 소속 거대 노조가 존재한다. 새 노조 위원장인 나 또한 이 거대 노조에 가입해 매달 조합비를 납부했다.
그런데 이 거대 노조는 조합원보다는 외부 정치적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에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됐다.
노조 고유의 방향성, 지향성에 대한 다른 견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조합비를 계속 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까지도 고민하게 됐다. 결국 기성 노조를 탈퇴하는 것이 내 견해와 철학에 부합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특정 노조 가입을 강제하고 탈퇴하면 해고할 수 있는 유니온숍(Union Shop) 제도다. 해고의 예외 조항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기성 노조를 탈퇴하고 2020년 1월 KISA영원노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이다.
MZ세대 노조위원장으로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의미는 이렇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공정'에 실망을 느낀 MZ세대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문재인 정부는 취임초만 해도 '기회의 평등'을 얘기했고 MZ세대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이었고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
MZ세대가 느낀 실망감은 공공기관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표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핵심 정책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비정규직이 아닌 기업의 정규직을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입사시키는 낙하산 사례도 있었다. 공공기관 내부 갈등은 물론 취업 준비생에게 허탈감을 남겨줬다.
채용도 문제가 있었다. 학력이나 학벌에 차별이 없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라면서도 지역 대학교를 졸업한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 했다. 상호 모순의 극치였다.
개인적으로도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필자는 '지역인재'가 아닌 '서울둔재' 취급을 받았다. 달리보면 이 또한 역차별이 아닐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이 초미의 관심사다. 솔직히 얘기하면 공공기관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어느 정도 긴장감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은 공공기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혁보다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해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박근혜 정부의 '성과급제'와 문재인 정부의 '직무급제'에 이어 윤석열 당선인 또한 연공급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연봉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 대비 턱없이 낮아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공공분야는 시장원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공공기관 개혁이 정치적 목적의 '때리기'가 아닌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등 친노조 정책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조란 무엇인가. 빨간띠를 두르고 파업하는 이미지가 기성 노조라면 이제 달라져야 한다.
세상이 바뀌고 MZ세대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에서도 기성 노조와는 다른 젊은 목소리가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새 정부는 부디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