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ICT, 잃어버린 10년 반복돼선 안 된다

ICT, 정치적 잣대가 아닌 정책적 접근 필요

데스크 칼럼입력 :2022/03/24 16:17    수정: 2022/03/25 09:00

5년 전 일이다. 당시 문재인정부 출범을 앞두고 ICT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말이 ‘잃어버린 10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출범 때마다 주무부처 이름이 바뀌었고, 기능이 흩어져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 지 모른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행정업무에만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란 불만이었다.

노무현정부의 정보통신부가 이명박정부 들어 방송위원회와 통‧폐합된 구 방송통신위원회로, 다시 박근혜정부 들어 이것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로 나뉘어졌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당시 ICT 행정기능이 지식경제부, 행전안전부 등으로 쪼개졌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명칭만 바뀌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가 됐다. 인수위 없이 출범하면서 정부 조직개편이 없었던 탓에 ‘ICT 주무부처’의 상징성을 되찾아 주는 차원에서 ‘정보통신’이란 명칭만 복원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사진=뉴시스)

■ 정부 조직개편, 형식보다 내용에 충실해야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의 표면적 형식보다 정책의 연속성과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도 작용됐다. ‘4차 산업혁명’의 주무부처로서 다가올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권이 바뀌고 정부 조직이 바뀔 때마다 관료들이 제자리, 업무에 적응하는데 경험적으로 2년이 걸린다”면서 “5년마다 조직을 바꾸는 것이 맞는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출범 때도 ‘규제개혁과 자율규제’가 등장했지만 뿔뿔이 흩어진 ICT 기능 탓에 구호에 그쳤다. 문재인정부에서는 흩어진 ICT 기능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뉴딜을 내세워 모았고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네거티브 규제가 시행됐다. 부처 명칭은 바뀌었지만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대부분 승계했고 규제개혁은 구체화해 실행했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한 이후 약 2년 간 총 632개 과제가 실증특례가 승인됐고 이 중 20%에 해당하는 129건이 법령개정을 통해 규제개선이 완료됐다. 또 632건 중 361건이 서비스로 개시되면서 약 4조8천억원의 투자유치도 이끌어냈다.

박근헤정부의 기존 법‧제도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을 규제샌드박스란 제도를 통해 산업계의 진화 속도를 맞춘 것이다. 대표적인 게 기존 도로교통법 상 도입이 어려웠던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도를 시행한 일이다. 촌각을 다투며 경쟁하는 ICT 생태계에 최소한의 생존 장치를 마련해 준 셈이다.

■ ICT 콘트롤타워 또 없어지나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ICT 업계의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비서실에 ICT 정책을 관장하는 수석비서관, 즉 콘트롤타워를 없앤 것이다. 정권 말기 ‘디지털혁신비서관’이 생겨났지만 낮아진 위상에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부처 간 정책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칸막이식 정부부처의 틈바구니 속에서 민관합동 위원회의 권한으로는 실질적 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4차위 안팎에서 향후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를 총괄할 범 부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키자는 업계의 바람도 디지털 전환이 현재 수형적 부처 관계나 행정 권한이 없는 민관 합동위원회 구조에서는 진척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4차위를 뒤늦게 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로 격상시키긴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은 비대면 사회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부처 격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위가 그동안 데이터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성과를 내왔지만 오는 7월 출범하는 데이터정책위원회가 데이터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 ICT, 정치적 잣대가 아닌 정책적 접근 필요

인수위가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4월부터는 본격적인 정부 조직개편 논의를 시작한다. 이미 정부조직개편, 디지털플랫폼정부, 부동산 등을 위한 분야별 태스크포스(TF)도 갖췄다.

ICT 업계에서는 인수위의 분과뿐만 아니라 정부조직개편‧디지털플랫폼정부TF에서도 향후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건설적인 정책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 초반 행보가 15년 전 이명박정부가 노무현정부의 색깔을 지우는 정치 잣대를 들이대던 모습과 유사하다는 불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시 ICT부처 기능을 여러 부처로 흩어놓으면서 대한민국의 ICT 경쟁력이 추락하는 것을 봐왔던 탓이다. 실제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ICT 산업경쟁력은 2008년 11위에서 2015년 12위로, OECD가 발표한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 2015’에서는 우리나라 ICT 산업의 GDP 기여도가 2001~2007년까지 매년 0.31%p씩 증가했지만 2008~2013년에는 0.11%p로 둔화됐다. 또 ICT 부문 투자 역시 2001년 GDP 대비 11%에서 2013년에는 2.1%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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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근에는 K-방역의 원천이 된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디지털 전환 준비정도를 나타내는 각종 국제지표 순위가 상승 중이다. 인공지능(AI) 준비지수는 2019년 26위에서 2020년 7위로, 국제정보보호지수는 2019년 15위에서 지난해 4위로 뛰어올랐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 정부도 탄핵을 통해 집권했지만 기존 정부에서 해왔던 ICT 기능과 정책의 틀을 깨지 않고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며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갖고 대응했던 것이 최근 각 지표에서 나타나듯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