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KOF15, 그래픽만 아쉬운 대전격투 게임

과거 시리즈의 팬 만족할만한 게임성...그래픽이 최대 단점

디지털경제입력 :2022/03/24 13:05

더킹오브파이터즈(KOF) 시리즈는 90년대 오락실을 드나들었던 이들에게 무척 익숙한 이름이다. 스트리트파이터와 함께 아케이드 대전격투 장르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이 시기는 SNK의 전성기와도 일치한다. 여러 관점에서 시장에 큰 파급력을 보였던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KOF 시리즈의 위상은 점차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대전격투 장르의 전반적인 인기가 과거에 비할 바 아니라고는 하지만 경쟁작이었던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가 꾸준히 저변을 넓히고 과거의 위용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KOF 시리즈는 저무는 해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SNK는 이런 흐름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이어왔다. 매년 출시되던 게임의 발매 주기를 몇년 간격으로 넓히고 고해상도 2D 그래픽을 선보이는가 하면 KOF 14부터는 2D 격투게임 대전감각에 3D 그래픽을 얹는 형태로 게임을 구현해왔다.

KOF 15는 KOF 14에서 SNK가 보여줬던 새로운 시도의 연장선에 있는 게임이다. 그래픽은 3D로 그렸졌지만 대전 감각은 과거 KOF 시리즈 최전성기였던 KOF 97과 KOF 98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특징에 더해 전반적으로 과거 KOF 시리즈를 즐겼던 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신규 캐릭터가 다수였던 KOF 14보다 과거 등장했던 캐릭터의 재등장이 많으며 배경음악 역시 주요 시리즈의 음악을 대거 구현했다. 이런 음악을 이용자가 선택해서 각 스테이지 배경음악으로 배치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음악의 종류도 KOF 시리즈에 국한되지 않고 KOF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아랑전설, 용호의권의 플레이리스트를 구현해놔 과거의 기억을 더욱 뚜렷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공방은 원작 특유의 네 종류 점프 시스템에 몇 가지 콤보 시스템의 조합으로 펼쳐진다. 맥스 모드와 퀵 맥스 모드로 파워게이지를 사용해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전작에서 파워 게이지를 하나만 소모하던 맥스 모드와 퀵 맥스 모드는 파워 게이지를 2개 소모하게 변경됐다. 발동 할 수 있는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스킬의 위력이 증가하고 EX 스킬을 파워게이지를 절반만 소모하기 때문에 맥스 콤보를 계속 시도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기회가 왔을 때 콤보를 좀 더 손 쉽게 이어갈 수 있는 형태의 공방으로 변경됐다.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으로는 셔터 스트라이크는 상대의 공격을 반격할 때나 콤보를 이어가는 중에 입력해 더욱 강력한 콤보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콤보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선호하는 이에게 어울리는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콤보 시스템이 모두에게 호평받을 만한 요소라고 하기는 어렵다. 어찌 됐거나 계속해서 맥스 모드와 셔터 스트라이크를 이용해 콤보를 길게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이용자가 이를 습득하고 훈련해야 할 분량이 많다는 이야기다. 각 캐릭터마다 소위 말하는 '밥줄 콤보' 한두개씩만 익히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전작보다는 쉽게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쉬운 편은 아니다. 기본기 몇 번에 필살기나 초필살기로 이어지는 수준의 콤보가 주를 이뤘던 과거의 대전격투 게임을 즐기던 이들에게는 KOF 15의 콤보 시스템은 '뭐가 번쩍번쩍 하더니 내가 쓰러져있더라' 수준의 감상만 남기는 요소가 될 뿐이다.

대전격투 게임의 핵심은 혼자서 즐기는 '1인용'이 아닌 다른 이와 실력을 겨루는 '2인용'에 있다. 이런 점에서도 KOF 15는 좋은 평을 받을만한 게임이다. 핑과 롤백 프레임 모두 쾌적하게 게임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전작에서 비판받았던 이용자 지역에 따른 매칭 제한도 사라져서 대전 상대를 만나는데 어려움이 줄어들었다.

그래픽은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다. 캐릭터 다지인이야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모델링이나 텍스쳐의 완성도가 2020년대 출시된 게임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됐던 KOF 맥시멈 임팩트의 고해상도 버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과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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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격투 장르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KOF 15는 제법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혀 주지 못 하지만 대전 감각은 출시 전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

대전격투 장르에 관심이 없던 이들을 이 장르의 팬으로 끌어올만한 매력이 있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 장르의 팬 그리고 KOF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겁게 파고들만한 게임이라고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