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은 쌓이고 치료제는 품귀

헬스케어입력 :2022/03/24 10:18

온라인이슈팀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백신과 치료제의 수요·공급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접종률 증가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백신은 계속 도입되면서 상당수 백신이 폐기될 처지에 놓인 반면, 확진자 급증에 따른 치료제와 해열제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정부의 '뒷북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추가물량 4만4000명분이 이날 낮 12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화이자)

이르면 2주 안에 국내 팍스로비드 재고가 전부 소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정부와 방역 당국이 일단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2일 기준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총 16만3000명분으로, 이 중 남아 있는 팍스로비드는 6만1000명분이다.

팍스로비드는 올해 1월14일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사용량이 늘고 있다. 전날까지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누적 10만2000여명이다. 3월 셋째 주에만 하루 평균 5600명에게 처방됐다.

그러나 한정된 물량 속에 확진자 급증이 지속되면서 팍스로비드 공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일주일간 처방 속도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팍스로비드 물량은 이르면 2주 내에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가 급한대로 추가물량 도입에 나선 이유다.

일단 추가물량 도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화이자와 선계약한 팍스로비드 도입량은 100만4000명분이다. 추가물량을 포함한 국내 도입 물량은 20만7000명분으로 계약 물량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데다 국가 간 확보 경쟁으로 나머지 물량 도입 시기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성규 방대본 위기소통팀 사무관은 전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향후 팍스로비드 추기도입 일정과 물량을 묻는 질문에 "추가도입 물량은 제약사 계약상 비공개 사항"이라며 "구체적 일정이 나오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확진자 폭증세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치료제 물량 부족을 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 정점 예측이 계속 빗나가면서 시기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놓쳤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치료제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며 "다음 주에 피크(유행 정점)가 다 지나갈텐데 언제 (치료제를) 들여와서 언제 처방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미국 머크앤컴퍼니(MSD)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10만명분 도입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 승인을 거쳐 오는 26일 2만명분을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MSD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사진=MSD)

다만 라게브리오의 경우 입원·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30%대로 팍스로비드보다 낮고, 국내외에서 암이나 기형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치료제뿐 아니라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해열제와 감기약도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정부는 신속하게 생산과 수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치료제는 수급난에 시달리는 반면 백신은 재고가 계속 쌓이는 것도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국내 백신 잔여량은 화이자 755만9000회분, 모더나 420만7000회분 등 총 1543만1000회분이다. 여기에 개별 계약된 화이자 백신 104만1000회분도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러나 접종률은 정체가 지속된지 오래다.

전날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자는 2만8709명 늘어 누적 3242만311명이다. 전체 인구(5131만7389명·2021년 12월 주민등록 거주자 인구) 대비 63.2%로 60%대에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미 접종할 사람은 상당부분 접종을 마쳤다는 얘기다.

특히 요양병원·시설 등에 4차 접종을 목적으로 공급된 백신은 유효기간이 임박하면서 폐기될 처지에 놓인 상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요양병원·시설 환자와 종사자 등 추가접종 대상자 59만여명에 대한 화이자 백신 43만회분을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상자가 줄거나 접종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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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것이 차라리 낫다"면서도 "문제는 확산세로 추가 접종이 필요함에도 접종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그 자체다. 코로나를 독감에 비유하는 것이 아닌 다른 메시지를 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