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A 프로젝트 3년 정도 한 기업이면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변경과 수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지보수에 개발비용에 준하는 비용이 끝없이 들어간다. 인수인계가 어렵고, 시스템 연결도 어렵다. 같은 업무를 부서마다 각자 개발해 중복되고, 표준화가 안돼 나중에 수정이나 보완도 어렵다. 이는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된다. 돈써서 프로젝트 했는데 왜 돈을 또 써야 하나 질문할 만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에서 RPA가 더 크게 확산되지 못하는 것이다.”
블루프리즘코리아 김병섭 전무는 한국 기업 조직 안에서 RPA가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우리나라 기업 대다수는 최근 수년 사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했다. 너도나도 RPA 시범 도입으로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지만, 초기 유행을 지나온 현재 RPA를 전사적으로 확대한 한국기업은 거의 없다.
김병섭 전무는 “한국 기업은 RPA를 주로 데스크톱 오토메이션, 태스크 오토메이션으로 많이 접근했고, 대부분 어탠디드 오토메이션을 도입했다”며 “어탠디드 오토메이션이나 데스크톱 오토메이션은 중앙관리도구로 제어하지 않으므로 어디서 어떤 봇이 돌아가는지 알 수 없고, 언젠간 사람이 개입해야 해 효율성도 떨어지며, 중구난방이 돼버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RPA를 처음 완성하면 성공적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유지인건비가 계속 들어가고, 투입된 인원도 빠져 나오지 못한다”며 “비싼 돈 들여서 어떤 업무흐름을 자동화했으면 다른데서도 써먹고, 쉽게 수정해서 재활용해야 하는데, 시작은 했으나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고 개발자는 이미 퇴사해 후임을 투입해 다시 개발하고, 어느 순간이 되면 그때부터 표준화하면서 가야하는 구나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RPA에서 봇은 곧 돈이다. 대부분의 국내외 RPA 솔루션은 생성하는 봇 개수나 사용자(PC) 수를 기준으로 라이선스를 매긴다. 1만명 규모 기업이 직원 한명에게 봇 1개씩 준다면, 이 회사는 최소 1만개의 라이선스를 매년 구매해야 한다. 만약 라이선스 비용을 아끼려면 봇 수를 줄이거나 봇을 사용하는 직원수 혹은 PC 대수를 줄여야 한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기업에서 나타난 독특한 현상이 RPA를 일부 데스크톱에 몰아넣는 ‘RPA룸’이다. RPA룸은 기능별 봇을 몇대의 PC에 최대한 우겨넣고, 한자리에 모아두는 공간이다. 재무회계 같은 민감성 업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업무와 한 PC에서 공존하다보니 서버실처럼 출입보안체계도 갖췄다.
김 전무는 “RPA 전용 PC에 자동화 프로세스 몰아넣기는 권장할 수 없다”며 “돈을 아끼려고 데스크톱 10대를 갖다두고 최대한 다 몰아넣어 24시간 중요업무나 일상업무를 다 혼합해서 쓰는데 봇중에 공인인증서 넣는 송금, 가격 협상 보고서 발송 같은 업무가 섞여 있어서 재무팀의 경우 RPA룸에서 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 전용 PC에 몰아넣기를 하면 담을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이게 된다”며 “자동화 업무가 RPA룸 밖으로 나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RPA의 진화단계에서 최종 목적지는 하이퍼 오토메이션이다. 블루프리즘은 이를 ‘하이퍼스케일+인텔리전트 오토메이션’으로 정의한다. IT자산은 클라우드로 확산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 확산은 디지털워커로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화된 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때 체계적으로 자동화한 프로세스를 전세계 계열사, 지사, 여러 부서 들에 확산하면서 쉽게 쓰고, 한 곳에서 등장한 베스트프랙티스가 회사 다른 곳에서도 채택돼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프로세스 확장이 빠르게 일어날 때 새로운 미래 경쟁력의 등장이 빨라진다.
김 전무는 “하이퍼오토메이션 여정을 시작할 때 수직적 단절의 문제를 빨리 직시해야 한다”며 “기업의 조직은 재무, 인사, 생산, 품질관리, 영업 등등 다분히 수직적으로 성장해왔고 IT 시스템도 그에 맞춰 수직적으로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이 커지면 각 시스템도 커지는 식이었는데, 실상 기업의 업무는 수평적으로 전개된다”며 “수평적으로 전개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데 수직적으로 보고 하다보니 데이터 사일로의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프로젝트를 할 때 흩어져 있는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사일로의 문제는 회사 조직의 사일로에서 유래하므로 DB 통합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수직적으로 편제된 조직에서 데이터도 수직으로 쌓이므로 업무 자동화로 접근하지 말고, 수평적으로 전개되는 엔드투엔드의 업무 전체 흐름을 자동화하는 쪽으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을 놓고 업을 봐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디지털 워커란 기술을 놓고 회사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화약이 나오고 총과 대포가 생산되면 군대 조직과 운송 프로세스 자체가 바뀌듯, 새로운 기술을 기존 편제대로 쓰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또, 인공지능 기반의 인텔리전트 기술이 계속 RPA와 접목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AI 기술을 받아들이고, 변화 혹은 변경을 즉각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블루프리즘은 단순 업무 단위에서 벗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기업 단위의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자동화 플랜을 수립하고, 데스크톱 중심이 아닌 중앙 집중형 자동화 형식의 엔터프라이즈 자동화에 집중하며, 전사적으로 연결된 자동화 추진으로 데이터 사일로를 해소하고, 자동화 활용도에 따라 투자를 늘리는 형식으로 비용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블루프리즘 RPA 플랫폼은 중앙 집중형이다. 사용자 기기에 봇을 두는 게 아니라 중앙 서버에서 필요한 곳에 봇을 배치했다가 일을 다하면 회수한다. 봇 개발은 공통 모듈 방식을 이용해 재활용, 재사용을 강제한다. 공통모듈을 ‘오브젝트’라 부르고 업무 프로세스의 요소요소를 ‘오브젝트’로 정의하고, 오브젝트의 조합으로 봇의 기능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블루프리즘은 개발자와 현업 담당자의 영역을 처음부터 구분한다. 아예 봇 개발 솔루션부터 구분한다. 블루프리즘은 개발자와 현업 전문가를 위한 개발툴를 구분해 제공한다.
김 전무는 “개발자는 IT 기능만 구현하는 오브젝트 스튜디오를 쓰고, 현업 전문가는 IT 지식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워크플로우만 정의하는 프로세스 스튜디오를 쓰게 된다”며 “ERP 로그인해서, 생산관리현황 보고, 엑셀로 다운받아 가공해서 유럽지사에 메일로 보낸다 식으로 워크플로우만 정의하면, 개발자가 만들어둔 오브젝트를 끌어와서 만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발자와 현업 전문가의 도구조차 구분하는 건 표준화를 강제하는 것이다. 개발 거버넌스의 명확한 표준화는 미래 유지보수 인건비를 줄여주며 장기적 운영 비용 절감에 직결된다. 김 전무는 “현업은 오브젝트를 건드리지 않으며, 개발자는 무조건 오브젝트로만 만들게 한다”며 “비즈니스와 IT 로직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으면, 공통모듈을 쓸 수도 안 쓸도 있는 선택의 여지를 남겨서 표준화를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초보 개발자는 해오던 로직을 두개로 쪼개서 해야 하므로 블루프리즘을 좋아하지 않는 반면, 중급 개발자는 나중에 재사용하기 좋고 유지보수에 좋다고 생각해 블루프리즘을 좋아한다”며 “만약 오브젝트를 규제 변경이나 지침 변화 등 여러 이유로 변경한다고 해도 해당 오브젝트를 사용중인 프로세스 전체가 순간적으로 한번에 업데이트돼 운영하기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블루프리즘은 봇의 수, 데스크톱 기기 수에 상관없이 봇 동시 실행 수 기반의 라이선스 체계를 갖고 있다. 플랫폼은 단일 패키지 라이선스로 판매하며, 자동화 실행도구, 자동화 개발도구, 중앙관리모듈 등을 모두 포함한다. 블루프리즘은 각각 런타임 리소스, 프로세스 스튜디오 및 오브젝트 스튜디오, 컨트롤룸 등으로 부른다. 경쟁사가 각 요소를 개별 라이선스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묶음으로 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인 것처럼 보인다.
블루프리즘의 디지털 워커 패키지는 봇을 여러개 갖고 있다. 봇을 몇개를 운영해도 된다. 다만 여러 개의 봇이 동일 시간에 작동된다면 그 시간에 작동된 봇 수를 라이선스 과금 대상으로 삼는다.
김 전무는 “가급적 여러 로봇이 동시에 자동화 서버에 요청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돌아가게 스케줄 관리를 하게 한다”며 “만약 블루프리즘 RPA 도입 후 비즈니스가 성공해 봇 수요가 폭주하면 급증한 수준만 그 때 쓴 만큼 더 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RPA를 도입해 운영하려는 기업에서 반드시 전담 ‘COE(Center of Excellence)’를 조직해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에서 운영하는 COE는 RPA외 다수의 디지털 신사업을 함께 맡고 있어 하이퍼오토메이션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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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통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IT 조직이 COE를 대신하거나, 디지털혁신팀에서 COE를 맡기도 한다”며 “며 “COE는 IT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재해석하할 수 있는 사람이 모여 협의하고, 디지털 워커 기술을 이해해 새롭고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RPA를 부수적으로 하는 IT팀이나 디지털혁신팀은 회사 전반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진정한 RPA를 하는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조직 어딘가에 COE조직을 만들어 RPA를 통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