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한은) 총재가 오는 31일 임기를 마친다. 43년 '한은맨'이자 17년 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 참석한 통화정책 전문가로 꼽혀온 이 총재는 세월호 사태·브렉시트·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사회 현안에 맞춰 금리 인상과 인하를 과감히 결정한 인물이다.
1977년 입행 후 2014년 총재 임명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국장·정책기획국장·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부총재를 역임했다. 2014년 4월 1일 총재로 임명된 후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2018년 4월 1일 한은 총재로 연임됐다. 한은 총재 연임은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는 처음이며, 정권이 바뀐 이후 연임된 것도 최초다.
그는 43년 한은맨으로 한국은행 최장수 근무 직원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부총재 퇴직 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활동한 2년을 제외하고 한국은행에서 일했다.
또 한국은행서 국장과 부총재보, 부총재와 총재 시절을 통틀어 17년 간 금통위 본회의에 참석했다. 그가 참석한 금통위 회의 횟수만 466회다.
글로벌 경제위기부터 코로나19까지…사상 첫 제로 금리 결정키도
이주열 총재는 임기 기간인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취임 당시 기준금리는 연 2.50% 였지만 굵직한 국내외 경제·사회 흐름에 따라 금리를 제로 금리 수준까지 내렸다. 퇴임 시점인 현재 기준금리는 연 1.25%다.
취임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이주열 총재는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취임 4개월 만인 2014년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로 25bp 인하했으며, 2014년 10월 연 2.00%까지 과감히 낮췄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와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거치는 동안 1.25%까지 인하했다.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2018년 11월 연 1.75%로 인상했으나 2019년 5월 터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으로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25bp 인하, 연 1.50%로 결정했다. 2019년 경제성장률은 2.2%로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빅스텝' 인하와 임시 금통위가 열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충격때문이다. 2020년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50bp 인하, 연 0.75%로 결정했다. 이어 2020년 5월 28일 추가 인하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연 0.50%까지 기준금리가 운용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주열 총재의 금리 인상 결정이 '머뭇거림'이 없으면서도 경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CBDC 연구 등 새로운 시대 흐름에도 적극적
통화 정책 외에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새로운 시대 흐름을 수용한 인물로 꼽힌다. 암호화폐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도 했으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 테스트에도 전향적이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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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2018년 2월 '가상통화연구반'을 신설한 뒤 2019년 2월 '디지털혁신연구반'으로 개편했으며 2020년 2월에는 '디지털화폐연구팀'으로 조직을 확대했다.
2021년 8월부터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를 모의실험 연구용역사업자로 선정해 CBDC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제조·발행·유통 등 기본기능을 구현하는 1단계 모의실험은 지난 1월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며, 지금은 오프라인 결제 등 확장기능 및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2단계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