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세계 고립 푸틴, 코너 몰리면 핵무기 사용 가능성"

인터넷입력 :2022/03/21 17:04

온라인이슈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4주차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애당초 러시아는 '전격전'(lightning war)을 통해 현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빠르게 몰아내고 새로운 정권을 세우려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실패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수령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서방 정보국은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는 푸틴이 '위기에 몰렸을 경우' 화학무기나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극단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서방 요원들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속 러시아의 다음 '플랜'을 읽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리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푸틴이 '단일 의사결정자'로서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보니 예전에 비해 그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서방 스파이 "푸틴, 자신이 만든 폐쇄적 세계에 갇혀 있어"

미 CNN에 따르면 서방 스파이들은 최근 푸틴 대통령의 동향으로부터 심리를 파악한 결과 '그가 스스로 만든 폐쇄적인 세계에 갇혀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밝혔다.

위기가 더 위험한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고립된 상태에서 그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많은 분석가들이 꼽은 그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견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가들은 그가 긴 테이블을 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을 나눴을 때, 당시 사진으로부터 이러한 그의 '심리적 고립'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해서야 자신의 국가안보팀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정보국 관리 중 한 명은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침공에 임박했음에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채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고 일부 군인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국경을 넘어갔다'고 피력했다.

서방 정보당국에 따르면 스파이들이 오히려 러시아 지도부 내부 정보원들보다 푸틴의 계획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 '러시아의 유일한 의사결정자' 푸틴...그의 의도 읽기 매우 어려워

전 중앙정보국(CIA) 모스크바 지국장 존 시퍼는 "푸틴이 러시아에서 유일한 의사결정자"라면서 "그를 이해해야 러시아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종종 푸틴의 견해가 드러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의 의도를 읽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정보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MI6의 전 책임자인 존 소어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자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아는 것은 러시아만큼 잘 보호되는 시스템에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푸틴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점은 그의 계획이나 생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서방 정보국은 말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아드리안 퍼넘 심리학 교수는 "푸틴은 특정 소수의 사람 말만 듣고 나머지는 모두 차단한다는 면에서 자기 선전의 희생자"라며 "이런 행동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이상한 시각을 심어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집단 내에서 특정 견해만 강화하는 이런 위험을 이른바 '집단사고'라고 한다"며 "그가 집단사고의 희생자라면 우리는 그 집단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방 정보국은 이전부터 푸틴 대통령이 의견을 듣는 집단이 컸던 적이 없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과 관련해서는 더욱더 자신과 의견을 같이하는 '진정한 신봉자'와만 강박관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봤다.

◇ 푸틴, 러시아의 '굴욕' 극복과 권좌 욕심에 쌓여

사진 제공=뉴스1, AFP

푸틴을 연구해온 서방 관리자들에 따르면 그를 독단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결국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러시아가 당한 굴욕을 극복해야 한다는 욕망'과 '서방이 러시아를 몰락시키고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푸틴을 만난 한 인사는 그가 2011년 권좌에서 쫓겨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처형당하는 비디오를 강박적으로 시청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의 정신 상태에 대한 평가 요청에 "그는 수년간 불만과 야망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로 인해 자기 생각은 더 굳어져 다른 관점으로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2014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푸틴이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 바가 있고 마크롱 대통령도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푸틴이 이전보다 더 경직되고 고립돼 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껴 조급해졌거나 혹은 코로나 19로 인한 '고립 장기화'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봤다.

◇ 푸틴이 궁지에 몰리면…화학무기·전술핵무기 사용 등 '비이성적 행동'할 수도

한 서방 관리는 푸틴 대통령이 자국 군대의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악화되는 러시아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푸틴 대통령이 코너에 몰린 쥐가 되레 고양이를 공격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이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른바 '광인이론'(madman theory) 전략을 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관리는 이와 관련해 "그가 더욱 포악한 방식으로 달려들거나 무기의 수준을 높일지가 문제"라며 푸틴 대통령이 화학무기나 전술핵무기를 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지 WH 부시 재단 미중관계 선임연구원인 켄 데클레바는 "푸틴의 자아개념은 실패나 나약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것들을 경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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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코너에 몰린 약해진 푸틴은 더 위험하다"며 "곰을 우리에서 풀어줘 숲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고 피력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