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유행 영향으로 인해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2년 2개월 만에 누적 확진자 수가 900만명을 넘어 1000만명에 가까워졌다.
1000만명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약 5132만명 중 약 20%다. 국민 5명 중 1명은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셈이다.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38만1454명이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모두 903만8938명이 됐다.
유행 정점 구간에 접어들면서 주말에도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40만4694명 수준이다. 이를 반영하면 앞으로 1~2일 안에 누적 1000만명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미크론 우세종화 초기만 해도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10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2020년 1월20일 국내 1호 확진자가 확인된 후 지난달 6일 100만명을 넘을 때까지 2년여가 걸렸다.
그러나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누적 100만명선을 돌파하는 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100만명대가 된 지 보름 뒤인 같은 달 21일 200만명을 넘었으며, 일주일 뒤인 28일 300만명대, 닷새 뒤인 이달 5일 누적 400만명대가 됐다.
이어 나흘 뒤인 9일 500만명대, 사흘 뒤인 12일 누적 600만명, 다시 사흘 뒤인 15일 700만명대로 치솟았다. 이틀 뒤엔 하루 62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7일 800만명대, 다시 이틀 뒤인 19일 900만명대가 됐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최근 확산세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지난 14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실시한 신속항원검사(RAT) 결과 양성자도 확진자로 분류함에 따라 검사 건수 자체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PCR 검사를 받지 못했던 숨은 감염자들이 통계에 잡혔다는 얘기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현재 유행 정점 기간에 있으며 늦어도 23일 전후 확산세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점기간이 불분명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 등 앞서 오미크론 유행을 겪은 유럽 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이 확진돼야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국내에서도 전체 인구 25%인 1500만명이 확진돼야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가까워짐에 따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8일 0시 기준 누적 1만1782명이다. 지난 12일 누적 1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7일 사망자 수가 42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월 한 달 간 사망자 수는 1383명이었으나 이달 들어 18일간 사망한 코로나19 사망자 수만 3931명에 달한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초 하루 평균 200명대였으나 이달 8일 이후 1000명대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델타 변이가 주도하던 유행으로 병상대란을 겪었던 지난해 12월 경험을 토대로 오미크론 유행에 대비해 병상을 대폭 늘렸다. 전국의 중환자 병상 수는 지난 1월1일 1384개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1일 2361개, 이달 1일 2744개, 18일 2801개로 늘렸다.
전국의 중환자실 가동률은 지난달 4일 최저 14.9%였다가 한 달여 뒤인 이달 10일 이후로는 꾸준히 60%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재택치료자 수도 급증했다. 지난달 초 10만명대에 머물렀던 재택치료자 수는 이달 1일 102만5973명으로 처음 100만명대를, 18일 201만8366명으로 200만명대를 각각 넘겼다. 60세 이상 고령자 등 하루 2회 건강 모니터링이 필요한 집중관리군도 지난달 11일 8156명에서 이달 18일 29만4167명으로 약 36배 불어났다.
이처럼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대유행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정부도 고위험군 중심으로 방역 전략을 개편하고 있다.
지난달 3일 RAT를 처음 도입했지만 양성이 나와도 PCR 검사로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부터는 동네 병·의원의 RAT 양성자도 확진자로 인정했다. 의료진이 채취하는 전문가용 RAT는 정확도가 약 95%로 높고 15~20분만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빠르게 격리 치료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모니터링이 필요한 재택치료 집중관리군는 지난 16일 50대 기저질환자를 제외했다. 같은날 코로나19 증상이 경증인 기저질환자 치료는 음압병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우선 치료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오는 21일부터는 중환자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중증환자의 재원적정성이 떨어지는 환자는 퇴실 권고 절차 없이 즉시 퇴실 명령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유행 규모보다는 위중증·사망 최소화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확진자 규모보다는 중증과 사망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라며 "현재 치명률은 상당히 낮아지고 있고, 10만명당 사망자 수 등에 있어 외국보다는 훨씬 원활히 안정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한국은 6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치명률(0.14%)이 낮은 국가 중 하나"라며 "2020년 유행이 시작된 후 한 번도 봉쇄를 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의료체계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양시설, 요양병원의 많은 곳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게 정확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어떻게 이런 곳들을 안정화시킬지 더 고민하고 정책적 지원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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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고령자들이 사망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방역 정책이 무기력하고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기) 현상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의료현장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