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가상자산 산업 전담 부처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동안은 가상자산 산업이 금융 산업의 일종으로 여겨지면서 금융위원회가 규제 정책들을 도입해왔지만, 앞으로는 규제와 함께 진흥 정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행정적 기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비트, 빗썸 등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회사(유니콘 기업)가 등장하는 등 신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차기정부 디지털 자산 정책 및 공약 이행 방향' 정책포럼'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김형중 학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가상자산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금융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관여하도록 하면서, 규제일변도의 정책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독립된 형태의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가상자산 기업에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규정하지 않은 실명확인계좌 확보 요구, 개인지갑으로의 코인 전송 금지, 프라이버시 코인의 상장 폐지 요구 등 세계적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갈라파고스 규제' 준수를 강요하게 된 것을 문제삼았다.
김 학회장은 "디지털 자산 산업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산업이기 때문에 미국, 유럽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고 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 소관으로 가상자산 부처를 만들거나 자본시장법을 일부 개정해 이 기업들을 규율할 경우 과도한 규제로 인한 산업 성장 저해, 투자자 국외 이탈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에서 가상자산 전담 부처인 '디지털산업진흥청(가칭)'을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이런 차관급 부처가 아닌, 장관급 부처 설립을 제안했다. 전통적인 금융 분야를 다루는 금융위원회와 가상자산 전담 부처의 위상이 같게 해야 규제·진흥 정책이 균형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는 이유다. 전담 부처의 효용을 입증한 사례로 지난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정보통신부를 만들고 난 뒤 매년 수출액의 30% 이상이 정보통신 제품에서 발생하게 된 점을 들었다.
이 외 현재 블록체인 기업에 대해 벤처 기업으로서의 지원을 막아둔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 등도 산업 진흥을 위해 필요한 법 개정 과제로 지목했다.
발표 이후 토론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거버넌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등장했다.
정지열 프로비트 AML 담당 이사는 가상자산 전담 부처를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을 함께 육성하는 조직으로서 구성하는 것 외에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수 있는 금융회사에 우체국과 증권회사 추가 ▲특금법 내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 및 실명확인입출금계좌 취득 요구 규정 삭제 ▲공정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으로 이용자 보호 체계 분담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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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가상자산 관할 부처가 마련된다면 채굴 등 가상자산 산업이 유발하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인적, 물적 자원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민연금법, 한국투자공사법 등을 참고해 ESG 관련 내용을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재 가상자산을 포괄하는 디지털 분야조차 담당하는 분과를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가상자산 산업계 목소리를 전할 전담 부처가 바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윤 당선인이 국정 논의를 위해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민관합동위원회'에 디지털 자산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는 위원회를 두도록 제안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 높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