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를 농장이나 숲에 설치해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 조건을 측정하면 디지털 농업과 기후변화 관측 등을 위한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넓은 지역에 고루 센서를 뿌리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바람에 날려 씨를 널리 퍼뜨리는 민들레에서 힌트를 얻어 가벼운 센서를 쉽고 빠르게 뿌릴 수 있는 소형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태양광으로 작동해 배터리가 필요 없다.
이 연구 성과는 16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민들레 씨는 중심점을 기준으로 짧고 뻣뻣한 털들이 이어진 구조라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 차츰 속도가 줄어들며 안정적으로 땅에 내려앉을 수 있다.
연구진은 민들레 씨의 구조를 모방한 무게 30㎎ 수준의 센서 수송 기기를 만들었다. 장치 외곽에 고리를 둘러 뻣뻣한 털 구조가 안으로 구부러지는 것을 막았다. 배터리 대신 태양광 패널을 써서 무게를 줄였다. 덕분에 산들바람이 부는 날 센서를 부착한 채로 약 100m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수송 기기가 똑바로 착륙하게 유도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태양광 패널이 하늘을 향하게 착륙할 확률은 95%에 이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해가 진 후 전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틑날 해가 뜰 때 센서의 초기 가동이 가능하도록 작은 캐패시터도 설치했다.
구조가 단순하고 태양광으로 지속적으로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파손되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이 비행 센서는 드론에 실어 한번에 천 개 이상 뿌릴 수 있다. 일단 땅에 자리잡은 센서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 서로 신호를 전달하며 연구자에게 측정 데이터를 전송한다. 하나의 센서는 약 6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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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센서 수송 장치마다 조금씩 구조에 변화를 주어 센서가 골고루 흩어지도록 했다. 이는 민들레 씨가 개별적으로 모양이 조금씩 달라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거리가 각자 다른 것을 모방한 것이다. 민들레는 이런 식으로 다양한 곳에 씨를 퍼뜨린다.
비크람 아이어 워싱턴대 교수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착륙할 때 모양을 바꾸거나 착륙 후 이동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등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