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삼성電 주총...주주 질타에 고개 숙이고 해명에 '진땀'

1600여명 주주 참석...GOS 논란·파운드리 수율·주가 부진 불만 속출

홈&모바일입력 :2022/03/16 16:49    수정: 2022/03/16 19:08

윤상은, 이나리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근 논란을 빚은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문제를 질타하는 주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또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경계현 사장(DS부문장)과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모두 가결됐다.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인원은 총 1600여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참석 인원(900여명) 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방역을 고려해 온라인으로도 중계를 실시했다. 온라인 중계를 시청한 인원은 비공개다. 

16일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GOS논란이 지적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주총 현장은 이전 보다 20~30대 젊은 주주들의 참석률이 높아진 점이 예년과는 달랐다. 심지어 미취학 아동인 자녀와 함께 주총에 참석한 가족단위의 주주들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일명 '동학개미'는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으로 504만여명으로 지난해 주총때(214만여명) 보다 136% 늘었다. 특히 MZ세대 주주들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이날 주총장 로비에는 젊은 주주를 맞이하기 위한 '주주총회 포토존'이 설치됐으며, 삼성전자에 바라는 점을 메시지로 작성해 부착하는 '응원메시지 월'도 마련됐다. 이번 주총은 GOS 논란, 주가 하락, 낮은 파운드리 수율 문제, 인수합병(M&A) 계획 등이 주요 이슈였다.

아울러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16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종희 부회장 GOS 논란 "심려끼쳐 송구"...노태문 등 사내이사 선임

주총이 시작되자 마자 한종희 부회장은 GOS 이슈에 대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한 부회장은 사과 발언을 할 때 직접 단상 앞으로 나와 주주들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GOS 이슈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GOS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16일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 부회장은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반영해서 사용자에게 GOS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서 배포했다"며 "앞으로 고객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 이런 이슈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면 안전 이슈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CPU와 GPU 성능 클락 제한을 풀더라도 온도 제어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해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제2호 안건인 사내이사 선임 표결을 진행할 때 이러한 지적은 빗발쳤다. 갤럭시S22 출시를 이끈 노태문 모바일 MX 사업부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현장에서 한 주주는 "노태문 사장은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하드웨어 사업 총괄 책임에서 손을 떼셔야 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아침 주주총회장 정문에는 "GOS 사태의 근본원인은 노태문 사장이라며,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노태문 사장은) 2014년 이후 최고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라며 "경쟁이 심화되는 모바일 시장에서 폴더블, 5G 기술을 발전시켜 MX 사업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GOS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태문 사장은 97.96% 찬성률을 얻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경계현 사장은 86.34%, 박학규 사장은 86.11%, 이정배 사장은 98.04%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16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노태문 사내이사 선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주가 부진, 낮은 파운드리 수율...불만 목소리 속출

주주들은 주가 하락 문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9만 6천원대까지 올라간 뒤 최근 6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7만400원에 마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주총 하루전인 15일  박학규 DX경영지원실장 등 사장급 인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17억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일부 주주들은 '수박 겉핥기식' 처사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주 가치를 높여달라"는 발언이 나왔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주주 환원 약속 이행 의지를 밝혔다.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과 관련해 4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계현 DS부문장은 인사말에서 "파운드리는 매출·이익이 모두 지난해 대비 성장했고 고객도 확대했다"며 "평택 EUV 전용 생산 라인 가동 등으로 수요 강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미국 테일러시에 신규라인 투자를 확정지어 건실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은 대만 TSMC의 4나노 공정 수율에 비해 삼성전자가 크게 못 미치는 점도 지적했다. 퀄컴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긴 거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경 사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퀄컴과 협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했다.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이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사진=삼성전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로 현재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한 부회장은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면밀히 대처하겠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600만 달러(약 74억6천만원) 규모 인도적 지원을 했으며,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지정학 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를 묻는 주주 질문에는 "주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로봇, AI, 전장 신성장 분야 키울 것"...AI·전장 분야에서 M&A 검토

삼성전자는 로봇을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 5G, 전장, 메타버스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지속성장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회사의 성장을 고려해 AI, 5G,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현재 대내외 불확실한 상황 등으로 M&A 시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회사의 지속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3년 내 유의미한 M&A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 인수합병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생활가전 비스포크, 맞춤형 스크린 제품을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 영향력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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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회장은 "갤럭시 S22 성능을 혁신해 모바일 경험을 확장하고, 폴더블폰은 더 많은 사용자가 혁신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프리미엄 주력제품으로 만들겠다"며 "비스포크 브랜드 확대, 인피니트 라인 등 새로운 제품군의 해외 출시를 늘려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계현 DS 부문장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업계 최초로 탄소, 물, 폐기물 저감 인증을 획득했고, 저전력 제품개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