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조성된 디지털실감영상관 전시가 MZ 세대의 발길을 박물관으로 이끌고 있다. 스마트한 인터랙티브 기법의 전시를 통해 힙한 취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유물도 이제 누구나 디지털로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4차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활용, 색다른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감콘텐츠 전시는 전국의 국·공립 및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 전시의 혁신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하는 기술에 기반한 융복합 실감콘텐츠가 핵심이다.
실감형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소비자가 가장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특화 서비스이자 대규모 시장 창출이 기대되는 유망산업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고해상도영상, 홀로그램, 프로젝션맵핑 등을 비롯하여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2021년부터는 사회 전반에 메타버스가 열풍이다.
문화재 분야에도 보존‧관리와 향유에 있어, 2021년부터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2003년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대한 헌장’을 제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디지털 유산은 인류의 지식과 표현의 독특한 자원들로 이루어진다. 디지털 유산은 디지털로 창출된 기술적·법적·의학적 정보 및 그 밖의 정보와 현존하는 아날로그 자원의 디지털 전환 형식과 함께 문화적·교육적·과학적·행정적 자원을 포괄한다고 정의한다. 즉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보존, 연구, 응용하고 콘텐츠로 보급하는 개념이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다.
1999년, ‘주요 유적지 관리를 위한 국제문화관광헌장’에서는 문화유산은 종래 보존이나 효율적인 관리 상태 외에도 관광자원으로서 활용을 추구하고자 했다. 또한 ‘디지털 유산 보존에 관한 헌장(2003)’을 통해 디지털 문화유산의 정의가 구체화됐다.
더욱이 최근 실감콘텐츠의 등장으로 콘텐츠를 실제적 느껴질 수 있도록 구현하거나 체험과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확장현실(XR) 기술을 통해 디지털 문화유산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문화재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 박사는 디지털 문화유산 유형에 대해 5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정보전달형, 둘째 디지털복원형, 셋째 실감체험형, 넷째 미디어아트형이다. 다섯째로는 미래 디지털 문화유산 분야로 메타버스형”이라고 2021년 본인의 박사학위논문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미디어아트형의 하나로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이 있다. 주로 야외에 자리한 문화유산에 첨단기술을 접목, 그 문화재가 지닌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디지털 산책이자 페스티벌이다.
이 사업은 방문객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ICT로 경험하도록 하는 디지털 향유 프로그램으로 2021년부터 문화재청이 지자체 국비지원 공모사업으로 시작했다. 지역별 유산의 특성에 맞게 디지털 워킹 투어, 실감콘텐츠, 미디어파사드, 인터랙티브 아트 등으로 구성되며, 문화재 현장에서 야간 디지털 산책 형식의 페스티벌로 진행된다.
지난해 속리산 법주사(보은군)를 시작으로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시·부여군·익산시), 수원화성(수원시)까지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세계유산 보유 5개 지역에서 문화유산의 신비로운 경험과 새로운 감동을 제공했다.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된 시민들에게 문화재와 예술, ICT가 융합한 첨단유산을 위로의 예술작품으로 선사,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문화백신이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밀접·밀집·밀폐를 차단하며 온라인 송출, 야외 설치전시 개방형, 도보 이동 분산형 방식으로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진행했다.
1차연도인 2021년,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며 체류형 야간관광을 견인하는 문화재 향유 방법의 뉴노멀을 제시했다. 관광 효과를 유발하는 지역별 특화 콘텐츠를 통해 관광산업,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장동력으로 문화재 주변 상권의 활력을 높이는 문화유산관광을 이끌었다.
또한, 코로나 종식 후의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전 해외 홍보마케팅으로, 각 지역 세계유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전 세계 한류 팬에게 온라인으로 전해 방한 관광을 대비한 외래 관광객 유치의 신한류 K-헤리티지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2차연도를 맞은 올해는 예산과 사업이 확대돼 총 8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시·부여군·익산시)와 수원화성(수원시) 4개 지역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추진하고, 고인돌유적(고창군), 통도사(양산시), 남계서원(함양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제주도) 4개 지역이 새롭게 진입했다.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중 고창 고인돌유적, 한국의 서원 중 남계서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미디어아트로 사상 처음 구현된다. 산사-한국의 승지선원 중에서는 올해 통도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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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유산으로 재탄생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는 역사의 현장에서 동시대성을 담은 공감력 있는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다.
문화재정책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원형 보존 중심에서 이제는 향유를 위한 ‘가치 확산’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무엇보다 문화유산이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재생과 회복의 징검다리가 돼 지역경제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디지털 헤리티지에서 실감콘텐츠와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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