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는 유독 국내 벤처, 창업기업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와 같은 내로라하는 혁신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IT전문가 83명으로 구성된 CES 2022 혁신상 심사위원들이 수많은 후보들 중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에 한 표를 던졌다.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623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39곳, 그 중에서도 벤처, 창업기업들은 74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 창업, 벤처기업들이 어떻게 혁신을 이뤄냈는지 수상 기업 대표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펌프 방식 용기에 담긴 샴푸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용물이 남았음에도 잘 짜지지 않게 되죠. 물을 섞어서 삼푸를 쓰면 불편하고, 삼푸가 잔뜩 남은 용기를 재활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친환경 용기 솔루션을 기반으로한 ESG 기업 '이너보틀'을 이끄는 오세일 대표는 창업 배경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너보틀이 자체 개발한 '탄성 이너셀' 기술은 플라스틱 용기 속에 실리콘, 부틸 고무 등으로 만든 파우치를 넣는 방식으로 내용물을 거의 전부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탄성이 뛰어난 '병 속의 병' 덕에 내용물을 불과 0.3% 수준만 남기고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이너보틀은 편리함과 '친환경'을 동시에 잡았다. 버려지는 내용물이 물을 오염시키거나 용기에 묻은 내용물 탓에 재활용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의 혁신성 덕에 2020년 100억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십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1월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LG화학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협업해 이너보틀 용기를 활용해 구현할 수 있는 친환경 플랫폼·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한다. 생태계 구축의 첫걸음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활용해 만든 자사몰 '이리온(이너보틀 리필 온라인의 약자)'을 상반기 내 선보이면서 내디딜 예정이다. 이너보틀은 회사 홈페이지 또한 카페24 플랫폼으로 구축했다.
오 대표는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만든 플라스틱 제품(PCR)에 대한 시장 수요는 큰데, 이를 채워줄 공급망은 없다"며 "이너보틀이 구축하는 생태계에서는 병의 생산단계에서부터 100% 이력추적을 할 수 있어 안전하고, 병이 깨끗하기 때문에 재활용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창업 전에는 10년쯤 변리사 생활을 하던 인물이다. 그는 변리사로 일했던 경험이 사업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너보틀은 용기 구조에 관한 특허, 이너보틀 내부를 채우기 위한 장비 관련 특허, 안쪽 용기 구조에 대한 특허 분류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입체적으로 구성한 상태"라며 "다른 회사가 어느 하나를 모방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허에 걸려 쉽게 기술을 모방할 수 없도록 할 때 변리사 경력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향후 병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해 '불편함이 없는 ESG'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ESG는 힘들고 비용이 수반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는 ESG가 어렵기 때문이다"며 "향후 생활 속에 들어간 ESG를 통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해 줄 수 있는 회사로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비슷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경쟁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기술이 국내·외에 없으므로 경쟁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 용기 안에 비닐 팩을 담으려는 시도는 있었는데, 이는 이너보틀과는 다르다. 내용물을 깔끔하게 다 쓰기 어렵고, 제품 안에 플라스틱 패키지가 다시 들어간 형태다 보니 재활용하기에도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
Q. 변리사로 일하다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뭔가.
“전문 직종으로 일할 때는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득 내가 직접 주체가 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고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변리사를 그만두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창업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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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래 발명에 관심이 많았나.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성적표 같은 곳에 성격을 기재하는 란에 보면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항상 들어갔다. 직업이 변리사였다 보니 어떤 사물을 볼 때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