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혁신주역들] 누군가 안아준 듯 포근한 조끼 ‘허기’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돌봄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 되고파”

인터넷입력 :2022/02/11 14:03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는 유독 국내 벤처, 창업기업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와 같은 내로라하는 혁신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IT전문가 83명으로 구성된 CES 2022 혁신상 심사위원들이 수많은 후보들 중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에 한 표를 던졌다.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623개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39곳, 그 중에서도 벤처, 창업기업들은 74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 창업, 벤처기업들이 어떻게 혁신을 이뤄냈는지 수상 기업 대표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창업 초기에 기관을 방문해 발달장애인 아이에게 저희 조끼를 입혀본 일이 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원장님이 '왜 이렇게 아이가 차분해졌지'라며 눈이 휘둥그레지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눈앞에서 효과가 나타나 뿌듯했다."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셜벤처다. 2020년 3월에 출범해 곧 창립 2주년을 맞는다. 이 회사를 이끄는 김지훈 대표는 95년생으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학부, 창업융합 전문 석사를 거친 인물이다. 학교 졸업 이후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발달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던 중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돌봄드림의 첫 제품이자 대표 상품은 안정감을 주는 공기주입식 조끼 '허기(HUGgy)'다. 김 대표는 2020년 법인 설립 후 1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허기는 사람의 신체에 압력을 적절히 가했을 때, 안아주는 느낌이 들도록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조끼 착용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김 대표는 "펌프를 활용해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을 활용한 덕에 무게가 가벼워 성장기 아동에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전방위로 안아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공기를 뺐을 때 일반 옷과 차이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덕에 허기는 판매 전에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두 번이나 1천만원 이상 금액을 모았다. 2021년 8월에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는 3개월 만에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돌봄드림은 올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개최한 CES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 허기 조끼에 '스마트'를 더한 덕이다.

올해 4월 출시를 목표로 하는 스마트조끼는 착용자의 피부 전도, 심박수 등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감정 상태나 스트레스 상태를 체크하고, 자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스스로 공기 양을 조절한다. 보호자가 착용자의 상태와 위치 등을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스마트조끼 개발 과정에서 서울대병원과 협업 중이다.

허기 스마트조끼는 CES 혁신상 수상을 계기로 해외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CES가 첫 해외 박람회였는데, 해외 반응이 국내에서보다 뜨거운 것 같다"며 "스위스, 캐나다, 북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개념 검증(PoC) 테스트를 위해 제품을 요청해온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돌봄드림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이용해 회사홈페이지 겸 자사몰을 구축해 허기 조끼를 판매 중이다.

김 대표는 향후 장애인 치료 과정을 돕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치료 기관에서 수기 기록이나 치료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면, 스마트조끼를 활용해 수집한 생체 데이터로 이 부분을 보완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발달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기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돌봄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돌봄드림 사이트

[다음은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조끼 외에도 성인용 조끼를 판매하고 있다. 성인용 조끼의 용도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아동용 조끼만 개발해서 판매했는데, 성인 이용자 수요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장애인 분들이 작업장 등에서 근무하실 때, 불안감이 들면 이를 해소하는 등 근로 환경에서 보조하고자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호르몬 분석 결과, 안아주는 효과를 주는 허기 조끼를 입었을 때,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 허기 조끼는 장애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기능성 제품인데, 제품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돌봄드림 창업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님들을 찾아뵙고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십번 제품을 수정·개선해서 발달장애아동에 꼭 맞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이에 더해 조끼의 효과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기술개발 과정에서 협업했다. 허기 조끼는 현재 국립 재활원의 장애인보조기기와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보조공학기기로 등록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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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월 출시를 목표로 하는 허기 스마트조끼는 얼마나 완성된 상태인가.

“올해 1월 CES 행사에 참여할 당시 조끼를 전시하고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모델을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다. 여기서 상용화, 양산화를 위한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하는 작업 중이다.”